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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14. 2024

세 아첨

오랜만에 박지원의 소설 「마장전(馬駔傳)」을 다시 읽어보았다. 연암에 따르면, 아첨에는 상, 중, 하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떤 아첨에 이골이 나 있는지 잠시 돌아보았다.     


몸과 얼굴을 가다듬고 말을 얌전히 하며, 명예와 이익에 관심도 없고 상대와 잘 사귀려는 마음도 없는 척을 함으로써 아양을 떠는 것이 제일 큰 아첨, 곧 상첨(上諂)이다.      


입바른 소리를 간곡히 하여 일단 자신의 속을 드러내 보인 다음, 그 틈을 잘 이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간 아첨, 곧 중첨(中諂)이다.      


말굽이 닳도록 아침저녁으로 문안하며 돗자리가 떨어지도록 뭉개 앉아, 상대방의 입술을 쳐다보며 얼굴빛을 살펴서, 그 사람이 하는 말마다 다 좋다 하고 그 사람이 행하는 것마다 다 칭송하는 것이 가장 낮은 아첨, 곧 하첨(下諂)이다.     


“하첨의 말은 처음 들을 때에야 좋아하겠지만 오래 들으면 도리어 싫증이 난다. 싫증이 나면 비루하게 여기게 되어, 마침내는 자기를 가지고 노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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