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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29. 2024

검시(檢屍)


살인사건이 나면 반드시 검시를 했다. 변사체를 직접 손으로 만져 검시를 하는 사람은 천민인 오작인(仵作人)이었다. 오작인이 사용한 법물(法物), 곧 조사도구는 열 가지였다. 식초는 흉기에 뿌려 핏자국을 찾는 데 썼고, 술지게미로 상처 부위를 닦아 상흔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은비녀를 항문이나 입에 넣어 색이 변하는지 살폈고, 흰 종이를 눈 코 입에 붙여 독기가 묻어나오는지 보며 독살 여부를 가렸다. 단목탕(檀木湯·향나무 끓인 물)은 시신을 닦는 데, 삽주(국화과의 풀) 뿌리는 태워서 악취를 없애는 데 썼다.


 “오작인은 변사체를 매만지며 검시(檢屍)를 담당하는 전문가였다. 법의학서에 근거해 사인을 찾았다. 검시는 최소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복검(覆檢)] 검시마다 다른 오작인이 진행해 객관성을 확보했고, 결과가 다르거나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 다른 지역의 오작인을 선정해서 다시 검시를 진행했다. 안장한 다음에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시체를 꺼내 검시를 진행했다. 매장한 시체를 파내어 조사한다는 뜻으로 굴검(掘檢)이라고 했다.”(『조선잡사』)


형조에서는 접수된 초검과 복검의 각 검안서를 대조하여 내용이 일치할 때, 입안(立案 : 청원에 대한 관청의 인가 또는 인증하는 문서)을 발급하고 매장을 허가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고 검시관 사이에 이의가 있을 때는 삼검(三檢)을 실시한다. 삼검을 실시한 결과 검시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4검과 5검을 계속 실시한다.


그렇게 해야 억울한 죽음을 없애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법의학서의 제목이 『무원록(無冤錄)』이다. 원한을 없게 한다는 뜻이다.


김윤보의 그림(첫 번째)에서 시신 옆에서 그릇을 들고 있거나 김준근의 그림(두 번째)에서 시신을 닦고 있는 이가 오작인이다. 참고로 시신의 얼굴을 앞으로 하고 누이는 것을 ‘앙면(仰面)’이라 했고(세 번째), 머리 뒤통수가 드러나게 누인 것을 ‘합면(合面)’(네 번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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