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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01. 2024

“누구든지 오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


- 신학자 월터 윙크(Walter Wink)는 『예수와 비폭력 저항』(한국기독교연구소, 2003)에서 이 말의 뜻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 우선 순서에 주목하자. 얻어맞은 뺨은 오른편이다. 상대의 오른쪽 뺨을 때리려면 왼편 손바닥으로 때려야 한다. 그런데 예수시대 유대사회에서는 왼손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건 불가능하다. 오른손으로만 때릴 수 있다. 자기의 오른손으로 상대의 오른쪽 뺨을 때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른편 손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 오른편 손등으로 상대방의 오른쪽 뺨을 때리는 것은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당시 남편, 노예주인, 상관 같은 윗사람이 아내, 노예, 부하 같은 하급자에게 모욕을 줄 때 하는 행위다.


- 예수가 ‘왼쪽 뺨도 맞으라’라고 한 것은 단순히 ‘한 대 더 때려 달라거나, 참고 맞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왼쪽 뺨을 때리려면 주인은 오른편 손바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른편 손바닥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것은 대등한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의미한다. 즉 노예가 주인에게 왼편 뺨을 돌려대는 것은, 때릴 때 때리더라도 나를 더 이상 노예로 보지 말고 평등한 인간으로 인정하라는 반항인 것이다. 예수는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한 인간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평화적인 저항수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무신론자에게 이것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예수가 지닌 혁명성이다. 이상은 김두식 선생의 『욕망해도 괜찮아』(창비, 2012)를 표현을 ‘조금’ 바꾸어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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