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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04. 2024

오늘 읽은 글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

《삼국유사》 〈피은(避隱)〉 “혜현구정(惠現求靜)”


“중 혜현(惠現)은 백제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고심하여 뜻을 한곳에 모아 《법화경》을 외는 것으로 업을 삼고, 부처에게 기도하여 복을 청하니, 부처의 영묘한 감응이 실로 많았다. 삼론(三論)을 전력으로 공부해 오묘한 뜻을 알아 신명(神明)과 통했다. 처음에 북부 수덕사(修德寺)에 살 때 신도들이 많으면 불경을 강론하고, 없으면 불경을 염송했으므로, 사방의 먼 곳에서 그 학풍을 흠모하여 문밖에 찾아들 왔다. 점차 번거롭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 마침내 강남(江南)의 달라산(達拏山)에 가서 살았다. 그 산은 매우 험준하여 사람들의 내왕이 힘들고 드물었다. 혜현은 고요히 앉아 세상살이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산속에서 세상을 마쳤다. 동학들이 그 시체를 옮겨 돌방 속에 모셔두었더니 범이 유해를 다 먹어버렸지만 혀는 남겨두었다. 그런데 추위와 더위가 세 번 지나가도 그 혀는 오히려 붉고 연했다. 그 후에는 변해서 붉고 단단하기가 돌과 같았다. 승려와 속인들이 그것을 공경하여 돌탑에 간직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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