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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05. 2024

외우(畏友) 2


자로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비라 할 수 있습니까?”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로 독려하고 서로 화목하게 지낸다면 선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사이에는 서로 독려해주고, 형제 사이에는 화목하게 지낸다.” 子路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子曰, 切切偲偲, 怡怡如也, 可謂士矣. 朋友切切偲偲, 兄弟怡怡.


《논어》 얘기다. 자로는 성격이 좋지 않았다. 공자는 그의 단점을 바로 잡아주고 싶어 했고, 그로 하여금 성깔을 고치게 하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권유했다.


“서로 독려하고”에 해당하는 “절절시시(切切偲偲)”는 친구 관계를 나타낸 말인데, 옛글에 “절절”은 “경(敬)”을 의미했다. “서로 화목하게 지낸다”에 해당하는 “이이(怡怡)”는 화목하고 즐겁다는 의미로 형제 관계를 나타낸 말이다. 친구 간의 정은 우정이고, 형제간의 정은 혈육의 정이며, 두 가지는 서로 바뀌어서 쓸 수 없다. 친구 사이에는 오직 정중하고 예의를 차릴 뿐이지만, 형제간에는 친밀하고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공자는 친구 및 형제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만이 “선비”라는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면 나는 반쪽 선비임이 분명하다. 정중하게 서로 예의를 차리는 친구는 없지만, 친밀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형제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독려해주고 공경하는 외우(畏友)가 없다는 건, 선비 운운하기 이전에 인생 자체가 실패한 게 분명하다. 영화 <돈의 맛> --- 근데 ‘돈의 맛’이 뭐냐? ‘혈의 누’냐? 그냥 ‘돈맛’이라 하면 안 되겠니? 근데 임감독도 아마 그걸 알았겠지만 그냥 폼으로 한번 써 본 것인지도 모르는데, 괜시리 제 삼자가 궁시렁 대고 있다. --- 에서 윤여정이 뜬금없이 “내 인생 책임 져”라고 울부짖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원망을 퍼붓고 싶지만, 다 소용 없는 일이다. 모든 게 내가 만든 일,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겠나!


그래도 다행스럽게 나는 형제간 우애는 그런 대로 좀 있는 것 같다. 주로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서로 걱정해주고 슬퍼해 주는 마음은 잃지 않고 있다. 그게 우리 식구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다들 좀 못나고 가진 거 별로 없고 어설프게 살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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