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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19. 2024

분노조절장애 2

* 일전에 쓴 글에 이어서


대화하면서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말만 해대는 사람이 식탐이 있는 사람을 욕하는 경우를 보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둘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자기애에 휩싸여 한 가지 일, 곧 먹고 말하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둘 다 자신이 그런 문제가 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절대로 고치려 하지 않아서 문제다.


더욱 큰 문제는 그런 병폐가 어느 단계나 국면에 이르면, 다시 말해 그의 말을 끊거나 그의 음식에 손을 대면, 화가 폭발하고 그것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노조절장애다.


더 더욱 큰 문제는 병적으로 표출되어 조절할 수 없는 자신의 분노를 당연한 반응의 하나로 인식하거나 곧 잊어 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그 병적인 분노를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그 병에서 헤어날 수 없다. 고질이 되고 만다. 답이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그 분노를 가까운 사람에게만 표출한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는 표출할 수 없으니 꾹꾹 눌러두었다가 가까운 사람에게 한꺼번에 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그가 분노조절장애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그 경계를 대단히 철저하게, 주도면밀하게 구분한다. 런 의미에서 그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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