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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20. 2024

소인배

 

소인배의 무기는 참언과 무고이다. 공자는 그것을 각각 ‘침윤(浸潤)’과 ‘부수(膚受)’로 비유했다. 침윤은 마치 물이 스며드는 것과 같이 한 방울씩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소리도 없고 기척도 없지만 끊임없이 침투해 들어가는 것이고, 부수는 사람의 피부에 바짝 와 닿은 것이다. 헛소문의 특징은 암암리에 진행되며, 은밀하게 그리고 천천히 다가왔다가 사람을 포위하고는 그것을 뿌리치려야 뿌리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총명한 사람은 소인배를 똑똑하게 꿰뚫어보고 멀리 피한다. 군자는 처음부터 그들이 소인배임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그의 포위망을 신속하게 빠져나와 소인배로 하여금 목적을 달성치 못하게 한다.


소인배는 자기를 돌아보지 않거나 못하고, 온통 남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험담과 비방이다. 이것을 빼놓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더 한심한 건, 그  ‘침윤’의 험담과 ‘부수’의 비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거기에 정신없이 끌려 다니는 짓이다. 말은 끌려 다닌다고 했지만, 그들이 두려운 것은 사실 그 소인배의 험담과 비방에 가담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너절한 이기심 이다.


그런데 소인배는 그 상대에게 직접 험담을 늘어놓고 비방을 일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나를 격리하면 곧 편안해 진다. 그들과 어울려 밀고 당기는 삶이야말로 피곤하기 그지없다. 나는 예전에 소인배의 비열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것이 너무나도 은근하게 둘러대는 것이어서 직접 대응치 못했다. 지금도 참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번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그 험담과 비방의 수위가 훨씬 더 높아졌겠지만, 그와 그의 무리를 멀리한 후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만 간혹 우연히 마주칠 적에 그의 눈과 입에서 비열함이 흐르고 고린내가 진동함을 목격하거나 경험하기는 한다.


소인배의 대화는 대개 자신의 억울함을 펼쳐 놓는 데서 시작해 남을 비방하고 참소하는 데로 나아가고, 결국은 자기애를 너절하게 혹은 비장하게 확인, 선언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런데 그의 말이 교묘하기 때문에 바보들은 거기에 멍청하게 속아 넘어간다. 어느 한두 사람을 열심히 짓밟아 놓은 다음에는 그 공격 대상을 바꾼다. 계속해서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이것은 고대 희생제의의 현대적 변주다. 그래서 ‘전체 빼기 –1의 평화’가 생겨나고, 결국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그 너절한 왕따는 소인배의 유구한 생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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