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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20. 2024

손익(損益)



진취(進就)에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겸양(謙讓)하고 감정을 자제하며 이익을 줄이는데, 이것으로 그 진취에 해로움은 없고 유익함이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가득차게 얻은 사람은 능히 겸양하지 못하므로 그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큰 화를 기르고, 그가 얻은 바를 가지고 도리어 남에게 해를 끼친다. 그러므로 손(損)을 미루어 익(益)을 헤아리고, 익을 미루어 손을 헤아린다.


《서경》에 말하기를 ‘가득 차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더함을 받는다.’고 하였으니, 이를 미루어 손익(損益)의 의(義)를 헤아려 보면, 모든 일 가운데 조석(朝夕)간에 일어났다 없어지는 것이나 경각(頃刻) 사이에 이루어졌다 패하는 것은 논할 필요도 없겠으나, 오랫동안 쌓음을 기다려 이루어지는 것은 반드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하기를 마지아니하여야 이루어지는 것이요, 사람들의 정(情)이 도와 주는 것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교만하고 넘치는 뜻이 있으면 마음이 먼저 해이(解弛)해지며, 사람들도 반드시 시기하고 훼방하게 한다. 그러므로 학문의 진취에 뜻을 둔 사람은 말과 행실을 겸손하게 하는데, 안행(安行)과 이행(利行)과 면행(勉行)의 분별이 있다.


안행하는 사람은 타고난 바탕과 자품이 온화하고 윤택하며 성품과 행실이 화순하여 자연 겸손한 도에 들어맞고, 이행하는 사람은 성현의 가르침을 얻어 실사에 증험하여 참으로 그 이해(利害)를 꿰뚫어 아는 것이고, 면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근본과 말단을 통달하지는 못하나 그대로 선인들의 가르침을 사모하고 본받으며 거기에 이끌려 권계(勸戒)가 되어 선인(善人)의 무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최한기의 <기측체의>를 읽다가 요행으로라도 면행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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