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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22. 2024

망측(罔測)


“사리에 맞지 않고 어이가 없어서 차마 보거나 듣기가 어렵다”라는 뜻이지만, 원래는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이다. 최소한의 것이라도 짐작하고 예견할 수 있어야 망측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전혀 예상하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고서도 나 몰라라 하는 짓이야말로 망측한 일이다.


그래서 《명심보감》에서는 이런 말들을 반복했다. “호랑이를 그리되 겉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지 못한다.(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물 밑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으나,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 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水底魚天邊雁, 高可射兮低可釣, 惟有人心咫尺間, 咫尺人心不可料.)”


이쯤에서 관자(管子)의 말을 다시 새겨본다. “이루지 못할 일은 애당초 하지를 말고(不爲不可成), 얻지 못할 것은 바라지 말며(不求不可得), 오래 있지 못할 곳에는 머물지 말고(不處不可久), 거듭해서는 안 되는 일은 아예 행하지를 말라(不行不可復).”


측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으면서 그것이 망측한 일인지조차 모르는 망측한 자들이 너무도 많다. 그런 자들이 오히려 남에게 훈수를 두고 멋진 '말씀'을 인용해 남을 가르치려 드는 일보다 더 망측한 일은 없을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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