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경환 May 28. 2024

아이러니


양단논법은 흔히 흑백논리라 한다. 대개 이런 경우, 그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은 딜레마, 곧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 처하기 마련이다. 엉터리 논법들이기 때문이다. 아주 유치하게는 “저 사람은 선하지 않으니 악하다.”라거나 “육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물론 대개 그렇게 천박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그런 것이다.


오늘 청탁(淸濁)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맑은가, 탁한가?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종종 “맑지 않다”거나 “탁하지 않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그게 좀 더 현실적인 것 같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 중 하나인 아이러니, 곧 반어는 거기서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맑지 않지만, 그렇다고 탁하지도 않다”라거나, “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맑지는 않다”라는 표명 속에 놓여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말하자면 두 군데 다에 어정쩡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모호한 태도가 삶의 이면이랄까 반대면 같은 것을 조망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그저 한갓된 말장난으로 그치고 만다면, 그건 그저 무모하거나 소모적이거나 나아가 추악한 짓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덧. 물론 이 말은 개인적인 관계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무엇일지 모른다. 사회악이나 모순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번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