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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07. 2024

표절의 기술

(1) “고려청자 가운데는 조롱박 모양의 주자가 많다. 이 유형은 중국의 당, 송 자기에서도 볼 수 있지만 매병과 마찬가지로, 고려의 조롱박 모양 주자 역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벗어난 고려적인 산뜻한 조형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무늬나 전체적인 곡선미에 있어서 고려적인 조형을 잘 보여 준다. 몸체 아랫부분은 약간 도안화되었으나 사실에 가까운 모란 무늬를 소담하게 역상감(逆象嵌)했다. 역상감이란 배경 부분을 상감으로 메워 무늬가 청자빛이 나게 한다. 모란 꽃잎과 잎에는 가는 음각선으로 화맥과 엽맥을 표현했다. 몸체의 윗부분에는 운학문(雲鶴文)을 흑백으로 상감하였고, 그 위의 입 둘레에는 뇌문(雷文) 띠와 연판문(蓮瓣文) 띠를 둘렀다. 잘룩한 허리에는 누비 주름을 잡았는데, 주름의 깊이에 따라 유색(釉色)에 변화가 보인다. 귀때부리의 배와 밑둥 둘레에는 무늬를 도드라지게 찍는 퇴화(堆花) 수법으로 흰 점을 찍어 넣었고, 자그마한 뚜껑 둘레에도 뇌문 띠를 돌렸다. 유조는 빙렬(氷裂)이 없는 회청색계의 비색이며 광택이 은은하다. 굽 안 바닥까지 시유되었으며 굽다리 바닥의 유를 훑어내어 자색으로 태토가 드러난 곳이 있고 규사눈 받침 자국이 다섯 군데 남아 있다.”


(2) “고려청자에는 위 사진들처럼 조롱박 모양의 주전자가 많은데요. 이러한 형태는 중국의 당, 송의 자기에서도 볼 수 있지만 매병과 마찬가지로 고료의 조롱박 모양으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벗어난 고려적인 산뜻한 형태를 띕니다. 몸통 부분에 모란 넝쿨 문양이 도안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에 가까운 모란무늬를 역상감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모란 꽃잎과 잎사귀에 가는 음각선을 사용해 꽃맥과 잎맥을 표현했고, 몸체 윗부분에는 운학문양을 상감으로 처리했으며, 둘레는 뇌문 띠와 연판문 띠를 둘렀습니다. 또 물을 붓는 귀때부리의 배와 밑둘레는 무늬를 도드라지게 찍는 퇴화기법으로 흔 점을 만들어 넣었으며, 유조는 빙렬이 없는 회청색계의 비색이며 광택이 은은한 게 특징입니다. 굽 안 바닥까지 시유되었으며 굽다리 바닥의 유약을 훑어내어 자색으로 태토가 드러난 곳이 있고 규사눈 받침 자국이 다섯 군데 남아 있습니다.”


(2)는 경어체를 쓰고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꾸몄지만, 이것은 (1)을 100% 표절한 것이다. 아이디어 혹은 착상뿐 아니라 논지를 그대로 베꼈다.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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