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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07. 2024

관계와 자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지나치게 밀접해서는 안 되고, 왕래도 지나치게 빈번해서는 좋지 않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한계를 정하고 범위를 정한 다음 피차가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서양에서 말하는 자유이다. 왕래할 수 있으면 왕래하고, 왕래할 수 없으면 좀 피하는 게 좋다.


옛말에 이런 게 있다. “임금을 섬김에 간하는 말이 행해지지 않으면 마땅히 떠나야 하고, 벗을 인도함에 착한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땅히 중지해야 하니, 번독(煩瀆, 너저분하게 많고 더럽거나 개운하지 못하고 번거로움)함에 이르면 말한 자가 가벼워지고, 듣는 자가 싫어한다.” 곡진하게 깨우쳐주고 잘 이끌어주되,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게 좋다.


진심을 가지고 정성을 다했는데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를 떠나는 편이 너절하지 않아 좋다.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달라붙은 것은 추접한 일이다. 자기 말이 먹히지 않으면 무조건 상대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진심을 가지고 정성을 다했느냐에 있다. 우리는 대개 그렇게 하지 않고 사람을 쉽게 포기하면서, 나는 깨끗하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잠시 떠나보는 게 서로를 위해서 필요하다. 가정생활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실천에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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