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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11. 2024

참으로 딱한

그는

오늘도

'귀한 말씀'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난 물론 열어보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은 성찰하지 않고

상대에게만 반성을 촉구하는 자,

무지하다고 할까?

뻔뻔하다고 할까?


'종교적으로 좋은 말씀'을 늘 접하면 뭐하나

그것을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데 쓰지 않고

남을 가르치는 데 써먹는 그 몰염치


그 '영혼의 양식'을 늘 접하고 있으니

자신에게는 오류가 없다고 확신하는 너절한 자와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의 시 <절망>이다.


덧. 카톨릭 신자라니, 《누가복음(6:41~42)》의 저 유명한 말도 잘 알 텐데...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말하기를 친구야, 내가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어 내 줄테니 가만히 있어라 할 수 있겠느냐 ?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그 때에 눈이 잘 보여서,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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