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화는 교만과 뻐기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사람의 망녕됨은 다른 사람 위에 있으려고 하는 것보다 심한 것이 없다. 요즘 풍속에서 보고 알 수 있는 예를 들어 말하자면,
1. 품관(品官) 하나를 얻으면 마음이 이미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해져서 발걸음이 저절로 거만하고 눈초리는 남을 깔본다.
2. 글을 하는 사람은 생원이나 진사 합격증을 받자마자 말씨가 이미 교만하고 망녕스럽다.
3. 가난하게 먹던 자는 돈 한 냥을 얻자마자 벌써 한 자짜리 생선을 사들인다.
4. 투전(投箋)하는 자는 열 냥짜리 방을 얻자마자 벌써 기생방에서 잔다.
5. 글씨를 익히는 자가 겨우 명지(名紙 과거 시험용 종이) 한 장을 쓰자마자 입만 열면 왕 우군(王右軍 왕희지(王羲之))을 들먹이며 조맹부(趙孟頫)를 종처럼 멸시한다.
6. 책을 읽는 사람은 겨우 《통감절요(通鑑節要)》의 〈서한기(西漢記)〉를 읽자마자 읽지 않은 책이 없는 것처럼 으쓱거린다.
7. 시 짓기를 연습하는 자는 겨우 10편의 시와 7장의 의(疑)를 짓자마자 8체(體)를 모두 잘한다고 말하며, 지(之)ㆍ호(乎)ㆍ자(者)ㆍ야(也)를 가지고 짜 맞추어 몇 줄을 만들고는 곧 조 칠보[曹七步: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지은 천재 조식(曺植)]라느니, 이 의마[李倚馬: 말에 기대 있는 동안 글을 지은 이백(李白)]라느니 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면서 헛된 명예를 도둑질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바란다.
8. 선비들은 겨우 백일장에서 우등하면 이미 어사화(御賜花)를 보관할 판자를 준비하고 피리 재질을 점검하며,
9. 품관은 겨우 존위(尊位: 마을의 집강(執綱))를 얻으면 이미 풍헌당(風憲堂)의 수석(首席)을 엿본다.
10. 조정 관리는 한 장의 임명장을 받자마자 의정부 대문에서 걷는 연습을 하며,
11. 서리(胥吏)는 겨우 서리 복장을 입자마자 서른 살 전에 이방(吏房)이 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12. 승려는 겨우 초심식경(初心食經)을 읽자마자 이미 대사(大師)라고 부르며 노복(路卜 짐꾼이나 행자승)을 벗어나자마자 이미 주지나 총섭(總攝)을 차지하려고 기대한다.
작게는 몸을 망치고 이름을 손상하며, 크게는 집안을 망치고 가문이 뒤집어진다. 온 세상이 미혹되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요행을 바라는 습속이 도도히 풍속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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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백규(魏伯珪, 1727~1798)의 『존재집(存齋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