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侗)

by 진경환


한자는 한 글자가 여러 뜻으로, 심지어는 서로 반대되는 뜻으로 변주되는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동(侗)"자는 "미련하다"는 뜻과 함께 "성실하다"는 의미도 있다.


《논어》의 "동이불원(侗而不愿)"을 리링은 "흐리멍덩하면서 성실치 못하다"로 보지만, 난화이진은 "겉으로는 성실하면서도 속마음은 너그럽지 못하다"로 풀었다.


한편 《장자》의 "소연이왕(翛然而往) 동연이래(侗然而來)"는 대개 "자유롭게 훌훌 떠나서 아무 거리낌없이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읽는다.


김시습이 자신이 그린 자화상에 써넣었다는 <자사진찬(自寫眞贊)>에도 "동(侗) 자가 들어있다. 오래 전에 무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형지묘(爾形至眇)

이언대동(爾言大侗)


이것을 모 선생은 "네 모습은 지극히 미세하고 / 네 말은 너무나 유치하다"고 풀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이 자만시(自挽詩)는 그저 자조의 토로일 뿐이다.


김시습 스스로 "동(侗)"에 대해 “음은 통이고 큰 모습을 말한다[音通, 大皃]”는 주석을 달아 두었다. 《설문(說文)》 주석은 “용(容)은 내면을, 모(皃)는 외면을 말한다”고 했다.


억지로라도 뭔가 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할 것만 같다. 이것은 단지 한자 해석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김시습을 어떻게 판단, 평가하느냐 하는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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