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Nov 29. 2022

조기랑 치즈 덕분에.

그거라도 먹어서 다행이야.



“시러시러 푸푸푸푸.”

“밥 먹자 뭐 먹을까?”

“조기? 치즈?”



 큰 아이는 입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태어나서부터 안 먹었다. 41주를 채우고 태어났으나 3.01kg이었다. 조리원에서도 젖도 안 물었고 분유도 겨우겨우 먹었다.


 집에 와서도 분유를 끝까지 완샷 해본 적이 없다. 매일 남기고 먹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너무 예민한 아이였다. 생긴 것도 아빠 판박이였고 예민한 것도 아빠를 닮았다.






 대망의 이유식 시작!

 이유식 책을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책에 쓰여있는 대로 검색한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차근차근 이유식을 시작했다.


  분유를 안 먹은 아이가 이유식을 먹었을까? 당연히 안 먹었다. 밥을 한 톨도 안 먹는 날이 일쑤였고 병원에서는 애가 너무 작다며 분유라도 먹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먹는다는 걸 주라고 하셨다. 그나마 먹는 것은 치즈랑 조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짭짤해서 잘 먹었나 싶다.


    동안 구운 조기는 족히 마리는 되는  같다. 아침도 조기 점심도 조기 저녁도 조기와 밥을 먹었고 치즈는 간식으로 먹었다. 치즈랑 조기가 너를 키웠다면서 우스갯소리로 항상 말했다. 아직까지 우유를  마시는데 그나마 치즈에 우유 성분을 섭취한  같다.








  지금 큰아이는 친구들보다 조금 작다. 12살인 그녀는 아직도 잘 안 먹는다. 그래도 이젠 소고기도 좋아하고 매운 떡볶이도 좋아하게 된 소녀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안 먹어서 엄마를 힘들게 했지만 맵 찔이인 엄마보다 매운 음식은 더 잘 먹는다.


  아이와 엄마는 같이 자라고 있다. 이유식을 하는 동안 엄마가 처음이라 같이 공부했으며 뭐라도 하나 입어 넣어주려고 노력했다. 크면서는 키가 안 커서 항상 저녁은 무엇을 먹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엄마랑 아이는 전생에 무슨 관계였을까?



 






사진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9층이라서 다행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