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산후 우울증
"여기서 뛰어내리면 못 죽어. 그냥 살아야 해"
하루에도 열두 번도 넘게 둘째를 안고 베란다 앞을 서성 거렸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 부부를 하던 나는 신랑을 따라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큰 아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따라 내려와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나의 새로운 인생은 시작되었다.
큰 아이는 엄청 예민했다. 혼자 잠드는 법이 없었으며 잘 먹지도 않았다. 아는 사람도 없이 홀로 육아를 하고 있었다. 그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둘째가 생겼다. 신랑은 바빠서 집에 밤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큰 아이는 4살이 되어 기관에 가게 되었다. 둘째를 업고 큰 아이를 챙기는 일은 나에게 정말로 버거웠다.
둘째 아이를 업고 아이 가방을 챙겨 등원시키는 일도 힘들었고, 둘을 씻기고 먹이고 입히며 챙기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큰 아이가 아프면 둘째 아이는 자동으로 아프게 돼서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둘째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려웠다. 어른과 대화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 친정엄마와 여동생이 전부였다.
우리 집은 9층이었다. 29층까지 있는 대단지 아파트였는데, 어느 날 옆 단지에서 투신 사고가 있었다. 둘째를 낳고 우울증이 왔던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힘들었었다. 그 사람도 우울증이라고 들었다. 베란다를 매일 서성였던 나는 정신이 확 들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못 죽는다. 그래서 나는 살아야 한다. 저층 9층에 사는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평생 하는 효도를 다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이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