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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2. 2022

코앞까지 봉쇄가 다가왔다.

중국은 중국이었다.



  

  세계인이 마스크 안 쓰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응원하는 걸 보고 중국 사람들이 놀랬다고 한다. 아직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살고 있는 이곳에선 월드컵 응원은 딴 나라 이야기다.


  불쌍하다 아직도 코로나에 갇혀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 이게 중국의 현실이다.



  이곳에 와서 일 년 동안 코로나 어려움 없이 잘 지냈다. 처음 중국에 입국할 때 격리를 28일이나 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신랑이 말했던 대로 거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우리 가족만 마스크를 썼다. 사람들이 우리를 계속 쳐다봤다. 어쩌다 보니 제로 코로나 정책 덕분에 코로나 청정지역에 살게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지난달에 2주 동안 학교를 못 가고 온라인 수업을 했었다. 신랑도 재택근무를 했고 우리 가족은 코로나 검사를 매일 해야 했다. 지금도 코로나 검사는 매일 한다. 하지만 형식적인 것이라서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마트를 다녀오면서 보니 앞동이 봉쇄가 되었다. 아파트 라인 입구에는 경비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 계시고 배달과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철제 선반이 놓아져 있었다. 중국어를 모르니 번역기를 켜고 물어봤다.



“封锁中吗? 봉쇄 중이야?”

“从昨晚开始. 어제저녁부터.”



  우리 아파트에는 한국인이 몇 명 없다. 외국인도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말을 모르는 나 같은 이방인은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다. 어제저녁부터 그랬다는데 하루가 지나서 알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옆집 아줌마랑 연락을 더 잘했어야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어서 며칠 전부터 물, 쌀 40kg, 라면 20 봉지, 고기까지 쟁여둔 상태다. 하지만 눈앞에서 직접 보니 또 달랐다. 신랑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배달앱을 열었다. 이것저것 저장할 수 있는 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나는 외국인이다. 중국말도 할 줄 모른다. 코로나가 무서운 게 아니고 봉쇄와 아무도 모르는 격리시설로 끌려갈 것이 두렵다. 그곳에서 어른들은 생활을 하며 버틴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가게 된다면 상상을 하니 너무 무섭다.


  금요일 오후, 아이들을 기다리며 창밖을 쳐다본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가족들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해본다.






대문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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