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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8. 2022

중국에서 동치미 담그기

엄마력이 상승중



"엄마, 동치미는 어떻게 해?”


"무를 1박 2일을 절여야 해.

배추는 나중에 살짝 절이고, 사과, 배, 갓, 마늘, 생강 넣고 천일염으로 간하고...

익힐 땐 이박삼일 시원한 곳에 둬야 하고. 알겠지?

쉬워 동치미가 제일 쉬운 거야.

재료를 적당히 넣어서 해봐. 적당히.. 적.. 당.. 히...”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신랑과 나는 빵 터 졌다. 엄마는 너무 쉽게 말로 동치미를 담갔다. 천천히 다시 말해 달라고 적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의 속사포 랩 같은 레시피는 후딱 지나갔다.

 





중국 마트에 가면 우리나라와 야채가 다르다. 무는 우리나라에서 단무지 무라고 불리는 기나긴 무 밖에 없다. 단무지 무는 너무 즙이 많고 물이 많이 생겨서 김치를 담글 수가 없다. 무생채를 하면 금방 먹어야 하고 대신에 국을 끓이면 정말 달아서 맛있다.



'다음엔 단무지를 만들어볼까? 글 쓰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중국에서 파는 야채 중엔 오이랑 쪽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오이김치와 파김치는 여러 번 담가 먹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고 여기저기서 김장 사진이 올라오니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김장을 해볼까? 미쳤지.. 또 사서 고생하지...'



해외 이사할 때 가져왔던 고춧가루는 이미 다 써서 없다. 급한 대로 중국산 고춧가루를 샀지만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친정엄마랑 이야기 한 끝에 김장 김치를 담가야 하는데 노선을 바꿨다.



동. 치. 미. 를 담가 보기로 했다.

조선무라고 불리는 한국 무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 구하지? 하고 걱정했다. 웬걸 중국에는 없는 것이 없다. 연변에서 조선무와 배추를 재배해서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올레!!



위챗 주소를 받아서 접선을 시도했다.

"조선무를 구할 수 있을까요?"

"한국 배추도 있고 갓도 있습니다."

하며 사진을 보내 주셨다. 사진을 보니 믿음이 갔다.



사진으로 받은 한국 무




무 10kg과 배추 2포기 갓 1kg을 주문했다. 오는 데는 이삼일이 걸린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무와 배추가 택배로 오는 동안 이미 열두 번도 더 동치미를 마음속으로 담갔다. 겨울 동치미 유튜브 영상이라는 영상은 다 공부했다.







마침내 무와 배추가 도착했다. 전날 신랑과 다른 부재료는 중국 마트에서 사 가지고 왔다. 엄마의 속사포 랩 레시피로 만든 동치미는 지금 김치통에서 익어가고 있다. 과연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바뀔까? 마땅한 베란다도 없어서 문밖에 차곡차곡 김치통을 쌓아뒀다.


당연하게 친정엄마가 담가 주는 김장김치를 먹었던 날을 반성해본다. 짜다 싱겁다 말하지 말고 엄마가 주는 건 닥치고 감사하게 받아야 했었는데 후회된다.

급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밤이다.






대문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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