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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9. 2022

중국, 이제 나는 식료품이 아닌 약을 쟁이러 다닌다.

제로 코로나 포기 선언




이틀 전부터 코로나 검사를 안 한다. 제로 코로나를 3년 동안 고수하더니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포기 선언을 했다. 중국에 오자마자 업소용 냉동고부터 샀다. 택배가 막힐까 봐 냉동실이 터져 나가도록 쟁였다. 쌀도 30kg씩 쟁이고 과자는 50 봉지쯤 항상 구비했다.  



올해 지긋지긋하게 쑤셨다. 10월 말부터는 코로나 검사를 매일 했다. 주 7회 코로나 검사를 하러 나갔다. 올해 135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했다. 말이 되는가 백번을 넘게 하다니. 솔직히 150번을 채우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중간에서 멈췄다.



제로 코로나 포기했으니 이제 코로나가 퍼질 일만 남았다. 다른 전 세계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제야 중국은 본격적인 코로나 시대가 왔다.



이제 나는 식료품이 아닌 약을 쟁이러 다닌다.



코로나에 걸리면 중국 정부는 자가 치료를 하라고 말했다. 알고 있었다. 중국은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래서 버티고 버틴 것이라는 것을.


우리 지역은 시골이라서 도시에 비해 며칠 뒤늦게 제로 코로나를 포기했다. 포기를 하자마자 일주일 사이에 대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에 많이 걸렸다.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도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려 집에서 열이 펄펄 나는데 약을 먹고 버티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아파도 코로나에 걸렸으면 병원 근처도 갈 수가 없다.



약국에 감기약이 없다 / 어린이 항생제


아침부터 약을 구하러 집을 나섰다. 아이들 타이레놀을 구해야 하는데 감기약 코너가 텅 비어 있다. 다행히 남아 있는 어린이 항생제는 구할 수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 없고 한 번은 걸려야 하는 코로나를 중국에서 걸려야 한다니 불행하다. 우리 가족은 감기처럼 약하게 지나가면 좋겠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주문처럼 외워본다.



약하게 지나가라 약하게 지나가라



내일 아침 타이레놀을 구하러 다시 나가봐야겠다. 눈치 빠른 중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인이 감기약 쟁탈전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까? 에잇, 승리하고 싶다.



대문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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