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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25. 2022

나에게 너무 어려운 그것. 중국어

서른아홉, 중국에서 일 년 살면 니하오, 짜이찌엔.



“ 워 야오 메이스 카페..(아메리카노를 원해요.)”

“ 중뻬이, 이뻬이..(톨 사이즈, 한잔이요)”

“ 삥더..(아이스)”



  자주 가는 스타벅스에서 쓰는 말이다. (저렇게 써 놓으니 중국어 잘하는 분들 앞에서 너무 부끄럽다.) 이 말을 배우는데도 몇 달이 걸렸는지 모른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중 빼이 시켜야 하는데, 사이즈를 몰라서 큰 사이즈를 받았던 적도 있고, 오직 커피는 한잔만 시킬 줄 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아메리카노 밖에 시킬 줄 모른다는 점이다. 동네 엄마들과 가면 자연스레 각자 시켜서 먹는다. 중국어로 카페 라테는 더 길다. 영어로 아메리카노를 외치거나 카페 라테를 외치면 점원이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중국어는 외워도 외워도 머릿속에 맴돌기만 한다. 제일 어려운 점은 중국 사람 앞에 가면 내 머리는 백지장이 되는 기분이다.      








   제일 웃겼던 사건이 있다. 딸내미와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러 나왔다. 산책을 하고 딸내미가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스타벅스 초콜릿 프라푸치노였다. 번역기를 켜고 초콜릿 프라푸치노를 적고 당당히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우선 초콜릿 프라푸치노를 외치면서 번역된 핸드폰도 보여줬다. 점원은 알겠다며, 자기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오케이를 외쳤다. 기다림 끝에 초콜릿 프라푸치노를 받았다. 근데 잔에 있는 음료수 색깔이 코코아색이 아니었다. 중국이라서 색이 이런가 하고 딸내미가 한입을 먹었다.


“윽 써......”


  이건 초콜릿 프라푸치노가 아니고 아이스 카푸치노였다. 단 커피를 안 마시는 나는 커피를 들고 와서 신랑에게 안겼다.           







“ 따 더 따이즈 (큰 사이즈 장바구니..)”     


  마트를 가면 카트에 물건을 잔뜩 담는다. 그리고 계산을 할 때 내가 외치는 말이다. 회원카드가 있냐고 묻지만 나는 일 년 가까이 회원카드는 만들지 못한 외국인이다. 그리고 장바구니 큰 것에 포장해달라는 뜻으로 저 단어를 외친다. 더 이상의 중국어는 필요가 없다. 내가 중국어를 몇 마디를 하면 그쪽에서 너무 빨리 말하기 때문에 나는 대화를 이어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어로 오케이로 대답을 해야 그들도 나에게 중국어를 쓰지 않는다.

 내가 터득한 마트 사용법이다.      






  이 동네 시골에는 대학교가 한 곳이 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학당이 문을 3년째 닫았다고 한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져서 어학당이 문을 열면 학교를 다녀 볼 생각이다. 그러면 서른아홉 나이에도 중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 궁하면 통한다고 내가 불편하니 공부도 시작해봐야겠다. 벌써 1월이면 일 년이 다 되어간다. 니하오 짜이찌엔 말고 다른 말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문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중국 마트 출입구에는 꽃집이 꼭 있다. 나에게 주는 3000원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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