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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15. 2022

너 때문에 망친 내 생일

생일에 여행 가고 싶다.

 


에잇, 이번 생일도 망했다. 아니 작년부터 내 생일은 망했다 망했어.



우리 집은 생일에 여행을 간다.


어찌하다 보니 1박 2일이라도 여행을 갔다. 아이들 두 명 생일, 신랑 생일, 내 생일이 일 년 내내 나눠져서 있다. 둘째 아이를 시작으로 생일 여행은 시작된다. 둘째 아이는 3월 생일이다. 우리 가족은 이때 놀이동산을 간다. 3월 말에 놀이동산을 가면 벚꽃을 너무 이쁘게 볼 수 있다. 생일 기념 봄꽃 구경을 떠난다.



그 다음 6월 말 생일인 남편, 일찍 여름휴가를 짧게 가기가 좋다. 그리고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연두색을 우리 가족은 너무 좋아한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면 온통 산이 연두색이다. 아직 짙은 녹색이 되기 전 싱그러운 연두색 나무들 모습에 감탄을 하며 여행을 한다.



10월 초엔 큰아이 생일이다. 이때는 멀리 간다. 연휴가 겹쳐져 있어서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길게 가족 여행을 갔다. 그리고 12월엔 내 생일, 내 생일엔 연말이라서 여행 기분이 더 난다. 어딜 가든 예쁜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고, 산타 할아버지랑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내 생일은 개뿔. 생일이 생일이 아니다. 작년에는 중국에 들어오느라 생일과 크리스마스, 새해 시작을 격리 호텔에서 보냈다. 우울했지만 그래도 중국에 여행을 왔다. 그렇게 생각하며 호텔에서 감옥 생활을 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우울한 생일로 기억한다.




인스턴트로 차려진 미역국과 잡채 / 생일 아침 케이크 말고 조달 받은 귤과 쌀과자




이번 주 토요일이 내 생일이다.

12월 17일.  


하지만 올해 생일도 코로나 때문에 망했다. 아니 망쳤다. 위드 코로나를 이제 시작한 중국은 난리다. 상비약을  못 구한 집도 많고 자가 키트는 동이 나서 구할 수 없다. 이번 생일엔 여행을 우아하게 하나 싶었지만 방콕이다. 이번엔 방콕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어제오늘 아이들이 학교를 갔지만 확진자가 폭발했다. 엊그제는 유치원 아이들이 강제 하교 조치되었다. 오늘은 3학년이 오전에 강제 하교 조치를 하고 다른 학년 엄마들은 대기 중이다.


오늘 아침 대망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취소되었다. 축제처럼 즐기는 즐거운 시간도 코로나 때문에 뺏겼다. 둘째 아이는 PYP대표로 한국어 사회를 본다고 몇 날 며칠 연습을 했는데 언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백화점에 가서 가장 맛있게 생긴 케이크를 나를 위해 예약해야겠다. 방콕 여행이 외롭지 않게 케이크와 커피를 벗 삼아야겠다.


내년 온 가족 생일엔 행복한 여행을 꿈꿔본다.



  



대문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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