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Dec 14. 2022

펑펑 첫눈이 옵니다.

봉선화 손톱과 사랑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눈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소복 하게 내리는 눈은 보기만 해도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어릴 땐 첫눈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눈이 펑펑 온다는 친구들의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받고 몽글몽글 해졌다.







갑자기 옛날 기억이 났다.


'손톱에 들인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항상 엄마가 손에 봉숭아 물을 들여 주셨다. 여름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가면 우리가 봉숭아 물을 들일 수 있도록 꼭 심어 놓으셨다. 동생이랑 같이 꽃, 잎사귀를 따서 빻았다. 손톱에 올려놓고 비닐봉지에 실로 꽝꽝 묶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요동을 치면서 잤는지 봉숭아 묶었던 봉지는 빠져 있었다. 이불엔 봉숭아 물이 들어 버리고 엄마한테는 혼나고. 그래도 뭐가 좋다고 동생이랑 깔깔 대며 웃었었던지.


빨간 고추장에 손을 넣고 뺀 것처럼 변한 손톱.

며칠 지나고 지나야 손톱 주위에 봉숭아 물이 빠져서 점점 손톱이 이뻐진다.

기억이 새록새록. 그 시절이 생각난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반달로 손끝에 남아 있는 봉숭아 물을 보며 첫눈이 오기를 기다렸다.






처음으로 무엇을 한다는 건 설렘과 우리에게 큰 여운도 주고 기쁨도 준다. 그래서 우리가 첫눈을 기다리는 것 같다. 2022년도 12월에 마지막을 달려간다. 첫눈의 설렘처럼 처음 맞이하는 2023년도 기다려진다. 좋은 일도 많이 생길 것만 같다.





대문사진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메리카노, 맥심 그리고 스세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