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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20. 2022

이 나라는 중간이 없는 나라였네.

중국의 위드 코로나 현실


드디어 양성이다.


중간이 없는 나라였다.


위드 코로나를 말한 지 일주일도 안돼서 10명 중에 9명은 코로나에 걸렸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내미 반에 양성이 꽤 많이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콜록콜록 그녀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이틀 뒤부터 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사경을 헤맸고 온몸이 너무 쑤셔서 울면서 잤다. 이부브로펜 알레르기가 있기에 타이레놀에 의지해서 버티고 있었다. 고열은 아니 였지만 흉통도 심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팠다. 이렇게나 아프니 양성임을 확신하고 아침에 자가 키트를 했다.


하지만 음성.



우리 집에는 자가 키트가 10개가 있었다. 더 이상 구할 수도 없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약국가도 약도 잘 안 준다. 몇 번이고 신랑이 먹을 이부브로펜을 구하러 다녔는데 약이 없다고만 했다. 자가 키트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앞동 친구에게 하나를 줬고, 딸내미도 한번 찔러봤고, 드디어 증상이 있는 내가 했는데 음성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중국산이라서 이런 건가. 속으로 욕을 백번 하면서 너무 아파 하루 종일 내리 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신랑이 아이들을 온전히 케어하며 신생아처럼 24시간에 20시간은 잤다.



다음날도 잤다. 약 먹고 자고 온몸이 부서질 거 같았다. 그리고 오후에 안 되겠어서 7개 남은 자가 키트 중에 하나를 희생시켰다. 자가 키트가 뭣이라고. 아이들 써야 하는데 내가 다 써버리는 것 같아서 내심 미안했지만 너무 아파서 다시 찔렀다.



드디어 양성.





이것이 뭐라고 눈물이 났다. 이렇게 아프니 양성이지. 이러면서 다시 누웠다.



중국에서 코로나에 걸려 누워 있으니 더 아픈 것 같았다. 한국처럼 병원에서 링거이라도 맞았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주사라도 맞으면 나았을까? 하는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중간이 없는 나라다.

아니 일주일 전까지 매일 코로나 검사를 했다. 올해 130번이 넘는 코로나 검사를 했다. 군말 없이 매일 나가서 검사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위드 코로나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그냥 풀어 버린다. 약을 살 시간조차. 키트를 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 코로나 검사조차 안 해준다.


한집 건너 한집이 아니라 그냥 모든 중국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 옆집 중국 아줌마는 아줌마도 코로나에 걸려 힘들면서 나에게 너무 아프면 연락하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중국어 과외 선생님은 임산부인데 타이레놀이 없어서 친구한테 네 알 빌려서 그걸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화장장은 미어터진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발표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은 2명이라고. 그래. 이런 나라에 내가 살고 있었지. 무슨 기대를 했지.



코로나 양성 확인을 하고 제일 먼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한국 갈 수 있겠다. 한국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양성이 뜨고 7일 정도 지나면 전염성이 없어서 한국이나 다른 외국은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중국은 그 양성이 음성으로 바뀔 때까지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뀌려면 1-2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재수 없게 중국 비행기를 타려고 할 때 코로나에 걸리면 중국에 들어오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 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도 볼 수 있겠다. 한국에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






중국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 하면 씨를 말려버린다.

코로나에 포카리 스웨트 이온 음료가 효과가 있다는 말에 포카리 스웨트 이온 음료가 동이 나고 웃돈을 줘야 구할 수가 있다고 한다.


복숭아 통조림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복숭아 통조림도 다 팔렸고, 레몬 물도 효과가 있다고 해서 지금 레몬을 구할 수가 없다고 신문에 나왔다.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검사와 봉쇄를 반복 할때 약을 더 많이 만들어 놓고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어리석은 사람들.


검사하는 검사원을 그렇게 많이 뽑아 놓고 지금은 필요 없으니 다 해고시키고 월급도 안 줘서 그 사람들이 흰옷을 입고 시위를 하고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진짜 중간이 없는 나라에서 중국 사람들도 적응하면서 살기가 힘이 들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컨디션이 괜찮아지고 있다.

아직은 폐병환자 같은 기침을 하지만

그래도 양성이라 행복하다.







내일은 있으니깐.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날이 많으니깐.

중간이 없으면 내가 중간을 만들면 되니깐.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이니깐.


온갖 좋은 말로 나를 위로해본다.   



대문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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