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Jan 17. 2023

스타벅스에서 뺑소니를 당하다

첫 경찰서 간 날


오 럭키!! 주차할 곳이 있다. 얼른 쏙 주차를 한다. 내 차는 베이지색 모닝이다. 도로에 한 차 건너 보이는 베이지색 모닝은 국민차이다. 시내 운전은 모닝이 최고다. 작은 자리에도 주차를 쉽게 하고 커피를 마시러 올라갔다.


최애 뜨아, 초코 머핀, 적당한 지인과의 수다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한다. 두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 집으로 가야지 하면서 나왔다.


하. 지. 만.

차가 찌그러져 있다. 헉스. 10년 장롱면허에 10년 간헐적 운전으로(임신과 출산의 반복으로)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니지만 시내 운전에서 사고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크게 찌그러졌는데 그냥 가다니. 이건 뺑소니야. 뺑소니를 외치며 스타벅스 언니에게 물어봤다. CCTV는 있지만 보여 줄 수는 없으니 경찰에 신고를 하랜다. 이때부터 내 다리는 벌벌 떨렸다. 전화로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바로 출동해 주셨다.



밖에서 기다리기 10여분. CCTV를 살펴보시고 뺑소니차량 번호를 파악하셨다. 이제 같이 경찰서로 가잰다. 경찰차 뒤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미 내 다리는 풀렸다.

"저 운전 못하겠어요. 대신해 주실 수 있으세요?"

경찰관 아저씨는 나보다 10살은 젊어 보이시는 파릇파릇하신 분이었다.

그렇게 내차를 경찰 아저씨가 운전을 하고 경찰서로 갔다. (오 마이갓)


차량 번호가 파악되었으니 운전자에게 연락을 했고 운전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신분증을 달라 하시더니 조서를 꾸미셨다. 커피 한잔 마시러 나왔다가 하루가 판타스틱하는구나.




운전자분은 70세를 훌쩍 넘긴 노부부였다. 할아버지 병원을 가신다고 할머니가 운전하셨는데 커피가 드시고 싶어서 드라이브 스루를 들어오시다가 내 차를 박고 들어가셨다. 여기가 주차장과 드라이브 스루 경계가 없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차가 부서졌는데 모르셨다니 정말 기가 막혔다.


70세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나에게 계속 죄송하다고 하신다. 자신이 옆에 타고 있었는데 진짜 몰랐다고 하시면서 차는 보험 처리해 줄 테니 용서해 달라고 하신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신랑에게 SOS를 치고 신랑은 조기 퇴근을 했다. 시간을 뺏겨 가며 경찰서까지 오게 되고 화딱지가 났지만 연신 죄송하다고 하시니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


전화번호를 주신다. 차를 다 고치고 차량 렌트도 하라고 하시며 할아버지랑 헤어졌다. 경찰서에서는 수사 종료에 사인을 하라고 서류를 주셔서 사인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해프닝이었다. 법이라면 눈감고도 지키는 나인데 처음으로 경찰서를 방문하고 조서까지 쓰고 정말 하루가 너무 길었다.


운전은 정말 조심히 해야 한다. 이곳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 입구와 주차장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협소하다. 커피를 사서 출차할 때도 차가 많은 곳이라 우회전하기도 힘들다. 그곳에 들어갈 때마다 위험하다고는 생각했었는데 막상 사고가 나니 스타벅스도 원망스러웠던 하루였다. (나의 최애 힐링 스폿이었는데)



대문 사진 - 픽사 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눈을 보면 여전히 행복한 할머니로 늙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