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란 별 게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구호, 그것에 담긴 행동과 사고의 강제다.
매일 아침, 오후, 저녁,
하루도 빠짐없이 도처에서 주기적으로 같은 말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를 듣는다.
그러나 단지 반복을 이유로 세뇌라 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권유하거나 권장하는 건 충분히 개인의 선택의 영역에 둘 수 있어서다. 이는 일반적으로 캠페인이나 광고를 세뇌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뇌란,
반복되는 어떤 작업이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사고를 하나로 강제하여 사람들이 이를 내면화함으로써 기존의 규범이 무효화되어 더는 그 '구호'를 따르지 않으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타인이 그 미준수(未遵守)를 지탄하는 지경이 될 때, 더 나아가 끝내 그것이 자연스러운 가치와 행동으로 자리를 잡아 모두가 무신경한 상태가 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통칭한다.
세뇌가 무서운 것은,
1) 그 나름의 논리가 있어 한번 빠지는 순간 결코 쉽게 헤어날 수 없고,
2) 그 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게 되며,
3) 그 가치의 수용을 거부하는 이를 비난하거나 아예 그에게 제도적, 심지어는 물리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음과 함께,
4) 무엇보다도 강제된 가치가 후대에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물림된 세뇌는 '문화'가 된다.
세뇌는 전체주의나 공산주의 사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유/사회)민주주의 사회 또한 세뇌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유가 있음'을 근거로 하나의 생각과 행동을 강제하는 순간, 그 사회는 어떤 이념을 지향하는지와는 무관하게 세뇌 작업에 돌입한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