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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an 29. 2023

한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지닌 사회·문화적 보수성을 없애나가야 한다.

단, 이는 정치 이념상 '진보주의'를 지향한다거나 그러한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문화적 보수성이란, 정치 이념을 막론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 다수가 공유하는 '변화에 대한 막연한/기본적인 거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개선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야말로 그 심리에 보수성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고,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인식하는 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진보성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물론 그 사상적 특성상 그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핵심은, 한 사회에 깃든 사회·문화적 보수성을 인식하고, 또 이것이 어떠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한 사회의 현상(現狀)에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한 백날 진보니 개혁이니 외쳐 봤자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되레 개악改惡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예시를 역사를 배웠기에 안다. 중체서용(中體西用)이니 동도서기(東道西器)니 하는 것 말이다. 바꿔야 한다면서 정작 뭔가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면 과연 그것에 실효성이 있겠으며, 정신과 본질이 바뀌지 않는데 그 수단이 달라진다 해서 과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오늘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이른바 신정 체제 하에서의 개혁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령 체제 하에서의 개혁을 그 누구도 믿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래서 무엇보다도 변화는 제도가 아닌 의식 측면에서 선행되어야 한다. 체제의 전환보다도 의식적 각성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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