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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Feb 19. 2023

상이한 두 사회의 모습

'판단에 따른 선택'이냐, '의무(사역)에 대한 순응'이냐

한 사회에서는 '하라는 대로 하라' 가르치고

다른 한 사회에서는 '하라는 대로 하지 말라' 가르친다.

하라는 대로 해야만 훌륭한 사람이며, 그리해야만 사회가 문제 없이 온전히 작동한다는 이유와

하라는 대로 하면 개인의 자율성은 없어지고, 결국 사회는 경직되어 '나'를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한 사회에서는,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은 이를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다른 한 사회에서는, 하라는 대로 한 이를 왜 하라는 대로 하냐며 비난한다.


하라는 대로 하지는 말라 가르치는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한 이를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하라는 대로 할 자유'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에 묶이겠다는데, 이에 굳이 간섭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하지 않고 내 할 바를 하면 된다.


반면,

하라는 대로 하라 가르치는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한 이를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하라는 대로 할 의무'만이 있으며,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닌 방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라는 대로 하라 가르치는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 사람은 남이, 그리고 사회가 시키는 것을 충실히 따랐으니까.


그러나,

그런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하라는 대로 안 하(겠다)는 것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모두가 사역(使役, 부림)의 대상으로서, 결국 노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누군가를 들들 볶아대고,

그에게 하라는 대로 할 것을 강요하고 종용하는 사회는

네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영향을 받아 질서를 깨뜨린다고 말하지만

이는 곧 뭔가를 알아서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임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판단과 선택권 없이, 그저 시키고, 이에 순응하는 사회만이 옳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편,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에서는

누가 뭘 시켜서 하든, 안 하든

굳이 이를 저지하거나 비난할 필요가 없다.

설령 그가 '누가 하라길래 했다' 말하더라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가 하라는 대로 한다고,

내가 그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도, 하라는 대로 안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다 스스로의 판단이 전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대로 무언가를 하겠다는데,

굳이 말리거나 강제로 못 하게 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책임은 선택한 사람이 지면 그만이니, 하고자 하는 대로 두면 된다.


사람들은 흔히 이 두 사회의 모습을, '문화 차이'라는 이유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하라는 대로 하는 사회'에서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에 관여하고 간섭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과연 그게 맞는 걸까?

'선택할 자유'조차 없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사회를,

과연 '문화 차이'를 이유로 존중하는 것이 진정 합리적이며, 바람직할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선택은 생각에서 비롯되니까.

선택할 수 없는 곳에, 생각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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