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이나 일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개개인이 얼마나 보람을 느끼느냐, 그리고 그것이 과연 그를 노동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느냐로 이뤄져야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이 정당화되면, 인간이 인간으로 설 자리가 과연 확보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는 금전이 사회 각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 의식의 근본적 영역까지 장악하였으며, 그 끝을 모른 채 계속해서 그리해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지적조차 '의식 있는' 고소득자, 고학력자가 해야 그럴듯하고 또 울림 있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적 영역에 대한 실질적 발언권이 특정 계층에게 주어지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에 대한 괄시와 멸시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인간 차등화를 초래할 수 있다.
유물론에 잠식된 나라는 자본 또는 경제 논리 이외의 대상에는 결코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설령 그 대상에 인간이 해당하더라도 예외는 없으며, 그 나라가 어떤 경제 체제를 지향하든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가 어떠한지는 논외로 하고 이 나라만을 보자면, 한국은 끊임없이 물질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개개인의 사고 구조와 정서,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부디 사회 부적응자의 공허한 화풀이로 치부되어 흩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