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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Apr 15. 2023

천박한 유물론의 나라

어떤 직업이나 일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개개인이 얼마나 보람을 느끼느냐, 그리고 그것이 과연 그를 노동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느냐로 이뤄져야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이 정당화되면, 인간이 인간으로 설 자리가 과연 확보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는 금전이 사회 각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 의식의 근본적 영역까지 장악하였으며, 그 끝을 모른 채 계속해서 그리해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지적조차 '의식 있는' 고소득자, 고학력자가 해야 그럴듯하고 또 울림 있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적 영역에 대한 실질적 발언권이 특정 계층에게 주어지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에 대한 괄시와 멸시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인간 차등화 초래할 수 있다.


유물론에 잠식된 나라는 자본 또는 경제 논리 이외의 대상에는 결코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설령 그 대상에 인간이 해당하더라도 예외는 없으며, 그 나라가 어떤 경제 체제를 지향하든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가 어떠한지는 논외로 하고 이 나라만을 보자면, 한국은 끊임없이 물질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개개인의 사고 구조와 정서,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부디 사회 부적응자의 공허한 화풀이로 치부되어 흩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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