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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Apr 20. 2023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소고

과학의 발전이 인류가 지닌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 단언하고, 또 믿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애초에 과학이 인간의 삶을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나아지게 했다면, 진작 현대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여 인간이 이에 허덕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렇게 됐나? 과연 과학이 여전히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가시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나?

겨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세상이 나아졌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의료 기술의 발전이 정말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나?

환경 오염은? 과연 (현대)과학을 통해 이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문명 발전의 과정에서 배출된 수많은 인공 폐기물을 환원함으로써 더는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나?

더군다나 과학이 인간으로서 직면하는 여러 윤리적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삶을 물질적으로는 나아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자연이 파괴되고, 그 영향을 인간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현대 과학이며, 한 실마리가 풀리면 다른 실마리를 또 풀어야 하는 것이 현대 과학이다. 그런데도 과학이 과연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상향화하는 최고의 수단인가? 단순히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잘산다 하여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해 날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끔 하고 있긴 한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는, 오로지 과학이 모든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것처럼 떠드는 것은 마치 과학을 '무한동력화'하는 꼴이다. 무한동력이 무엇인가? 한 번 에너지를 가하면 영원히 작동하는 장치가 아닌가? 애초에 그게 실현된 적이 있나? 없다. 그런데 왜 과학주의자들은 과학이 만능 열쇠인 것처럼 떠드나?


이에 대해, '과학이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서 그렇지, 과학 자체는 무결하며, 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말하는 것은, 모든 종교인과 사상가가 '우리 종교와 사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를 신봉하고 지향하는 사람들이 이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과학의 영역으로 남아야 할 과학을 종교와 신앙, 가치관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 즉, 과학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생할 모든 문제를 점차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견해는 교조주의이자 신앙 그 자체다. 이는 누군가가 자신이 믿거나 추종하는 종교와 사상이 인류를 구원에 이르게 할 것이고, 모든 인류가 균등하게 부를 누리게 할 것이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과학이 믿음의 영역에 든다면, 그것을 일러 진정 과학이라 할 수 있나?


난 이런 과학주의자들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과학은 늘 가능성과 오류의 영역에 걸쳐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과학을 과학이라 부를 수 있다. 그게 안 된다면 과학은 더는 과학이 아니다. 종교다.


과학 지상주의는, 그들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종교적 절대자(=신)를 통한 구원만큼이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종교가 모든 인간을 고통과 번민에서 구제해주지 못하듯, 과학 또한 마찬가지다. 과학은 절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인간이 과학에 매달리는 만큼, 인간은 이로 인해 발생할 모든 역효과와 부작용에 계속해서 시달리게 될 것이다.


무언가에 대한 확신은, 반드시 그 체계를 부패하게 하며, 이를 신봉하는 이의 이성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유감스럽게도 과학의 힘을 절대시하는 이들은, 정작 본인들이 그리도 혐오하는 종교적 태도를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과학을 부패하게 할 것이며, 과학을 신봉하는 이들의 지(智)와 정(情)을 마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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