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하겠다.
한국이란 나라의 문화, 한국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
'군기와 규율의 엄격한 유지를 위해 왜 하급자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돼야 하는가?'
'상명하복적 질서가 굳이 폭언과 폭행을 수반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왜곡된 위계질서가 낳은 각종 폐단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래 왔다는 이유로 자행되고 있다.
평등과 존중은 껍데기뿐이다. 여전히 진정한 평등과 존중은 실현되지 않았다.
예의는 서로의 것이어야 함에도, 여전히 약자가 강자에게 보여야 하는 의례로만 남아 있으며, 강자는 '품위'와 '미덕'조차 갖추려 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건만, 아직도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을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은, 자유롭고 민주적이라 하는, 상호 수평성을 전제로 하는 정치체제의 특성보다 앞서 있다.
그렇게 상급자에게 시달린 하급자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는커녕 서로를 적으로 삼아 혐오하고, 중상하며, 모략한다.
이 못돼처먹은 문화, 과연 이 민족 고유의 것일까, 아니면 외부/지배 세력에 의해 심겨 '우리의 것'이 된 것일까?
그 연원을 따지려면 따질 수는 있겠으나,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하지는 않다.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그래서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악습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또 핵심이다.
어떤 체제가 폭압과 독재, 위계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체제 위에서 작용하는 문화는 필시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 사회의 문화가 그렇다.
이 나라에 오랫동안 뿌리내려 왔던 상하관계의 문화는, 진작 사망했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연명한 채 그 위력을 발휘하며 수많은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것은 결국 극복의 문화가 아닌 포기와 체념의 문화를 낳았고, 이는 결국 국가 존망의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바뀔 생각을 않는 그 상급자들 때문에, 그 고리를 끊을 생각을, 사람들은 더는 하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어떤 하급자는, 그 폐습을 물려받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이를 정당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나라가 몰락 일변도를 걷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