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 저는 'K방역은 없다', '방역은 우리에게 일상을 되돌려주지 못한다'는 신념하에 방역을 비판하고 그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써 왔습니다. 방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글은 최소 5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작년 브런치북 공모 시기에 유사한 주제로 브런치북을 생성하여 제출을 했으나, 아직 방역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지라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폐기하고 한동안 글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며 방역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고, 그 덕분이라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글의 서론과 본론,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마침내 약 1년만에 브런치북을 재생성하였습니다. 그 제목은 바로 <우린 무엇을 위해 일상을 포기했나>입니다.
저는 공동체주의자로서 방역에 동참하는 것은 한 인간이자 시민으로서의 책무라 생각하여 정부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고,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저는 깊은 마음의 병을 얻었고, 이를 치료하지 못한 채 적잖은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을 때, '이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할 수 없다', '방역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때의 저는 예전의 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좋다고 해야 할진 모르겠으나, 인식과 판단, 그리고 행동의 본위로서의 '개인'의 가치에 눈을 뜰 수 있었고, 자유와 권리,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지요.
문제를 느끼고 변화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뀌지 않는 현실과 복지부동인 권위체의 방침에 매 순간 좌절하며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나는 왜 이런 세상에서 사는 것인지 한탄하고 분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한때의 감정으로 날려보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본래 브런치에 이렇게 무거운 내용의 글을 올릴 생각은 없었습니다만...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
아무래도 여러 제재를 종합적으로 다루며 방역의 문제점과 폐해에 접근해왔기에 글의 분량도 들쑥날쑥하고, '이게 주제와 관련이 있나' 싶은 글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방역은 단순히 과학(의학/역학/보건학 등)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21세기에 접어든 이래 전 세계적으로 개개인의 삶과 행동 방식이 권위체에 의해 대대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좌우된 초유의 사태였고, 그 중심에 바로 '한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학이나 사회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최대한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현실,그리고 한국인의 심리를 다루어 방역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미흡하지만 그 결과물이 바로 저 브런치북입니다.
저 브런치북이 어딘가에 활용될 것이란 생각은 딱히 안 합니다. 물론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문제의식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지만, '내가 쓴 글'을 정리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역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모두가 이 일의 당사자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수는 이 사태에 침묵하거나 맹종하는 편을 택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 방역 조치가 대거 해제되어 '일상 회복'에 거의 근접해졌다고는 하나, 이를 계속 상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고 말겠죠.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무언가를 남겨야 기억하고, 그 기록은 곧 역사가 되어 세상에 남습니다. 거창해 보이겠지만, 저는 이 글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더는 방역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겠지만, 이 총집(叢集)만큼은 누군가에게 전달되기를, 그리하여 단 한 사람이라도 지난 3년간의 어려웠던 시간을 잊지 않고 상기하길, 또 성찰하길 바랄 뿐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니까요.
관심 있으신 분께선 한번 읽어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록 분량은 길지만, 내용은 긴 몫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