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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un 20. 2023

쉽게 망각해서 자꾸만 상기해야 하는 사실

악은 인간의 것이라는 점

단순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과 행동을 넘어서서

어떻게 저런 말을,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기가 차고,

눈물을 내며

헛웃음이 나게 할뿐만 아니라

도무지 형용할 방법이 없어 아예 침묵하게 되는 언행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인격을 모독하고 조롱하며 멸시하는 발언을 일삼는 이들,

누군가를(특히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생득적 요소를 가지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이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위력를 사용하거나, 익명성의 탈을 쓴 채 누군가의 심신에 칼과 몽둥이를 들이미는 이들,

……


사람들은 그런 이(들)를 일러

가볍게는 '쓰레기'

심하게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나 '악마'라 부른다.


하지만, 반드시 상기해야 할 점이 있다.

그가(그들이)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 그러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 그러는 것이란 사실 말이다.


'인간'인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두 층위(선과 악)을 지나치게 분리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극단화되면,

자의적 기준에 의해 인간을 인간인 존재비인간인 존재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 아렌트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더욱 절감한 바다.

그가 일평생 경계하며 지적했던 게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에게는 악한 면이 있다.

 악은 악마의 것도 아닌, 오직 인간의 것이다.

종종 화를 넘어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이를 일으킨 이를 어떻게 대우할 것이냐와는 별개로,

그도 결국 한 인간이다.

범죄자의 존엄과 권리고려하자는 것,

필연적인 부분이니 죄를 경감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저 그가 '인간'이고,

'인간'이기에 그런 행위를 자행했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을,

그리고 인간행태를 폭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이들을 용하자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저 XX가 도무지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마음은 그를 악마로 간주할지라도

머리로는 그를 인간으로 대하자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극악무도한 죄를 범한,

누군가의 일상과 삶을 망가뜨린,

그러나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잘못은 본인이 해 놓고, 오히려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들을 볼 때

저게 사람이 맞는지

왜 살려두는지,

왜 석방을 전제한 형벌을 부과하는지 의문이 든다.

평생 어딘가에 가둬버렸으면,

아니, 당장 없애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그(들)도 인간이다.'

오늘도 되뇌이며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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