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의문을 제기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한편, 그 누구/무엇에게도 구제받지 못한 채 '과학 기반'의 제도에 강력히 통제당하게 된다.
과학의 도움으로 '사실'이라 판명된 것이 학문의 영역을 벗어나 가치 판단의 차원으로 이행하여 끝내 그 유일한 기준이자 척도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인간의 사유'는 '사실'과 '과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 가치를 잃음과 함께 그 의의와 효용마저 부정당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교조화,
이것이야말로 종교와 사상의 독단으로 피 흘린 시대를 지나온 현대 인류가 직면한 잠재적 또는 현실적 재앙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학문의 영역에만 남길 자처하는, 절대적으로 가치 중립적인 과학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