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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Aug 29. 2023

분노

분노는 파괴와 창조의 성질을 겸유하고 있다.

뒤엎기만 하는 것은 분노의 일면일 뿐,

새로운 것을 그 위에 가져다놓아야 분노가 '완성'된다.

역사가 보여주듯,

기존의 것에 대한 분노는, 그것의 철폐를 외치는 한편 새 것의 도래를 기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분노가 현실로 구체화되지 못한 채 그저 계속 분노라는 감정으로 남아 누적되면

개인은, 그리고 사회는 언젠가 반드시 터지게 된다.

이는 당연히 양측에 파멸적으로 작용한다.

그 양상은 각기 다를지라도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명확히 드러난다.

개인의 삶엔 무법과 폭력이 퍼지고

사회에는 절망과 좌절이 스며든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의 분노와

사회에 대한 분노가 동시적으로 표출될 때

그 사회는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면서도

가장 불안하고,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이를 다루는 방식이야말로 사회의 향방을 좌우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회는 분노로 가득하나

정작 이를 제대로 다룰 역량도, 사람도 없다.

아니, 어쩌면 역량은 있으나 적소(適所)에 쓰이지 않고,

그럴 사람은 있으되 그에게 역할과 힘이 주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한들,

견고한 기존 체계나 체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이로써 분노는 재창조가 아닌 전적 파괴로 치닫고 있음이 너무나 자명한데

이를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이제 모두의 앞에 놓인 것은 얼마 못 가 터질 시한폭탄뿐이다.

인간 사회는 물론 그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할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이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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