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Y Oct 25. 2023

장례식에서 있었던 일

모든 관행은 악습이다.

1주일 전,

가까운 친척 할아버지께서 별세하셨다.

가까운 만큼, 3일 내내 빈소에 찾아갔다.

그것이 나의 그분에 대한 예의였고 도리였으며 사랑이었다.


첫날과 이튿날엔 하늘이 파랬건만

마지막 날에는 비가 내렸다.

어쩜 이렇게 일기 예보가 딱 맞아떨어지는 건가 신기할 정도로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입관할 때 엉엉 울었다.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래서 더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지만

슬픔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

어른들께서 돈 얘기를 하시는 걸 들었다.

뭔고 하니,

버스 기사가 돈을 요구했다는 것.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노잣돈' 명목으로 유족에게 돈을 요구하는 못된 장의사와 장례 투입 인력(굴착기 기사 등)이 있었지만

사람 마음을 악용하는 그런 부조리는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버스 기사가 돈을 요구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여전히 성행하는 관행임을 알게 되었다.




관행이 무엇인가?

'습관적으로 해 온 일'이다.

관행은 법의 영역도, 도덕의 영역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 왔단 이유'로 정당화되는 모종의 의무다.

그 버스 기사는, 유족인 모두에게 친절한 척, 예의 있는 척은 다 해 놓고서

정작 어두운 곳에서 대놓고 돈을 요구했다.


그에게 돈을 주고 말고는 나의 일이 아니었다.

난 직계 가족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가족을 떠나보내 마음이 약해져 있어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는 유족들은

그의, 그리고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그저 수용할 뿐이라는 사실에 답답했고, 또 화가 났다.

만약 재벌 총수의 장례였대도 그들이 돈을 요구했을까?

글쎄,

그렇게 오랫동안 먹고 살아 온 이들이라면,

생전에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행'이라지 않나.

그게 사람을 가릴까.


관행,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라 의문의 여지조차 없을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선과 악이 어디 있느냐고, 그들은 반문하고 항변하겠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정작 이 저질스러운 패악질이,

이 사회를 유지해 온 요소라는 생각에

나는 그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법이,

정의가 모든 일에 개입하여 그 힘을 떨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인간은, 그 틈을 타서 제 존재를 뽐내는 것이 아닐까.

이 모든 관행은, 결국 '인간'이 존재하기에 이어진다는 생각에

나는 노기 어린 마음을 삼겨야만 했다.



그 옛날,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먼저 되었다는 이유로, 나중 된 자에게 폭력과 위력을 당연하게 행사했던 때에

자신(들) 또한 선배의 주먹과 발을 맞았으면서도,

그 고리를 끊어내고자 그 모든 비난과 조롱을 감당했던 이들이

이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인간이란,

그리고 '사회'란,

선과 악,

정의와 부조리

합리와 불합리가 얽혀 있어

그래서 인간이고, 사회인 것인가 보다.

인간이 존재하기에, 악이 있고 관행이 있다니

이 얼마나 슬픈 사실인지.

작가의 이전글 유교의 이상과 실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