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겸애에 맞서 공자와 맹자는 별애를 얘기했다.
나의 부모와 자녀가 어찌 다른 이의 부모, 자녀와 같을 수 있냐는 것.
내가 나의 주변 사람들을 먼저 사랑한 후에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유교의 가르침이(었)다.
문제는,
그게 원론과 이상대로 흘러갔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사람들은 자기 부모와 자녀만 사랑할 줄 알았지, 다른 이의 부모와 자녀를 귀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며
나의 사람과 소유는 소중히 여기면서, 타인의 것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별애에서 '애'는 떨어지고 '별'만 남아 확고한 차등 의식이 생긴 것이다.
묵가(墨家)의 주장이야말로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이라며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그 목소리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수긍도 한다.
하지만, 유교에서 언급한 별애는, 결국 '이기주의'라는 현실로 실현되고 말았다.
차라리 '인간은 나 이외의 그 누구도 존중하지 않는 존재'라 못박았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유교의 집단 차원의 윤리와 공동체성 중시를 높이 사는 이들, 심지어는 그것에 비해 서구 자유주의는 위험하고 천박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다름아닌 '유교를 숭상하는 이들과 그들의 후손'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공동체 의식이, 과연 이 나라의 사람들을 너그럽고 풍요로우며 자유롭게 해 주었는가? 그렇다면, 왜 이 나라는 몰락 일변도에 있는 것인가? 예가 회복되고 의가 행해지는 사회의 현실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저 공동체 의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설령 서구에서 기독교를 버리고 세속/개인주의를 택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 해도, 왜 동양은 아직까지 유교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누군가가 서구의 자유주의가 근본적 한계에 봉착하였으므로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대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안(案)이 무엇인가? 애초에 동양은 자유주의를 제대로 체화 내지 자기화하긴 했는가? 그 껍데기만 취한 것은 아닌가? 그래 놓고는 서구 자유주의가 이기주의와 방종을 야기했다며 그들을 지탄하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저들의 현실'이 문제투성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현실이 더 나으며, 우리의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 이를 두고 '이는 다 우리의 옛 사상이 훌륭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 글에서 혹여 '동양이 열등하다'는 인상을 받으실까 봐 아래의 글을 첨부합니다.
최종수정: 2023.10.12.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