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인간은,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나 보다.
어딘가에 자신의 몸을 푹 담그고
무언가에 자신의 뇌를 절이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나 보다.
뭔가에 속해 있는 이상, '객관'이니 '공정'이니 외쳐 봤자
이미 그것에는 모종의 가치가 스며들어 있음에도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미 물들어 있는 이가
타인이 무슨 색으로 물들어 있는지를 지적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들의 모든 언행을 비판하고 비난하니,
그야말로 스토커가 따로 없다.
내가 있던 곳에서, 발걸음을 떼어 반대편에서 내 쪽을 바라보면
저쪽(상대편)이라고 다 틀린 말 하는 것도 아니고
이쪽(우리편)이라고 다 맞는 말 하는 것도 아님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결국 '관점'의 차이인 것을,
각각 다른 편에 서 있는 이들의 설전을 가만히 보노라니
대체 뭘 하는 건지,
저래서 뭐가 달라지는 건지,
진정 누가 옳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확신하며 자부하지만
글쎄,
'옳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인간이 정말 존재할까?
아무리 '옳고 그름'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지만
옳음과 그름이 인격적 실체로 존재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언쟁을 벌이는 인간들을 지켜본다면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진다.
'결국 관점의 차이'라고 쉽게 말하긴 했지만,
그 관점이 인간의 인식과 시선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모든 혈관과 신경까지 장악함을 모르지 않는 나는
이미 그렇게 표현하였음에도,
'저렇게 말하는 게 맞는 건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뭔가에 속하지 않은 자유인으로 살기란
이곳 저곳 넘나들며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기란
이래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고자 하나
필경 그럴 수 없음을 아는 인간은,
그래서 그렇게나 '옳고 그름'에,
'관점'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