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보관해 왔던,
군에 입대했던 동창·선후배에게 받았던 편지를,
방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물품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화로에 넣었다.
'아쉽지는 않을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몇 번을 생각하였으나
끝내 그것을 손에 들고,
영하의 날씨에, 연기를 뒤집어쓰고 과감하게 불태웠다.
이미 떠나왔기에, 그리고 흩어졌기에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이유로
화로에 던져넣었다.
편지를 태운다고 기억까지 없어질까.
이는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그저, 한때 교류했던 이들에게 남은 마음은 더 없었으므로
나는 십수 장의 편지를 불에 넣었다.
하지만
처분하지 않은 편지가, 아직 절반은 남아 있다.
언젠가는 내 손에서 떠나보내겠지만,
왠지 지금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여
나는 남은 절반의 편지를 고이 넣어두었다.
그들을 향한 한 가닥 미련만은, 아직 떨어내지 못하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