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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May 10. 2022

서울말? 서울 사투리? 다 같은 거 아니야?

당신이 아는 그 서울 방언, 사실은 서울 방언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서울말과 서울 방언은 다르다. 이 전제를 기반으로 글을 써 나가고자 한다.


조선 시대로 한정할 때, 본래 '한양(한성부)'은 사대문 안의 지역을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성저십리'라 해서 성 밖 십리(약 4km) 지역까지를 포함하게 되면서 그 범위가 다소 넓어졌다. 그 이후로도 한양의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졌으나, 획기적으로 서울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이른바 '강남 개발', 즉 1970년대부터였다. 그전엔 경기도에 포함되어 있던 지역을 서울이 흡수하면서 현재의 서울이 탄생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강남 시대가 열리며 더 이상 강북만이 서울에 속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런 의미로 전통적 의미의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강 이북에 거주하면서도 그 범위가 서쪽으로는 현 은평, 마포, 서대문구, 동쪽으로는 성북, 동대문, 중랑구에 사는 사람 정도로 국한된다. 그만큼 서울은 넓은 동네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서울 방언'이라 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 이 서울 방언이라는 것도 넓게 보면 경기 방언에 속하는데(경기 방언은 최종적으로 '중부 방언'에 속다. 중부 방언이라 함은 견해에 따라 설정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흔히 우리가 '중부 지방'으로 칭하는 지역, 즉 경기도와 강원 영서, 충청남북도 정도가 되며,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황해도 지역까지도 중부 방언권이라 볼 수 있다.), 경기 방언은 인구 이동이 잦지 않았던 시절에는 경기도와 옛 한양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았던 토박이들이 두루 사용하는 언어 체계였다. 그러므로 비교적 뚜렷하게 다른 중부권, 즉 충청남도(충청북도는 다른 도와는 달리 동서 구조로 되어 있는 충청도의 지리적 특성상 충청남도와 언어 체계가 일치한고 하기가 어렵다.)에서 사용되는 방언과 구분되었으며,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나는 설거지 핼 테니까 너는 청소구 있어.

2) 이쪽으로는 죄다 우리 아부지 때부터 쭈욱 부친 거여. 그르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부치구 있지.

3) 누구여? 아, oo이여? 아이구, 웬일로 어? 오늘 핵교 가는 날 아니여?

4) 저 우에 큰 바우 하나 있지? 저게 옛날에 산에서 굴러내려와서 백힌 거여. 크구 무거워서 옮길라 해두 핼 수가 없어.

5) oo야, 집 옆에 가서 머우 좀 베 와라. 이따 저녁에 삶아 무치게.

6) 이 사람이 우리 사우 될 사람이여. 여기에 일해러 왔다가 우리 딸 만나갖구 오늘 결혼해겠다고 인사해러 왔어.

7) 이거 내가 어릴 때 맨들어서 벌써 꽤 오래 썼어. 쓰다 보면 망거지겠지 했는데 괜찮아서 아직까지 써.

8) 담배 세 갑 줘유. 얼마에유?


(*단, 서울 지역에서는 서술어의 경우 ''  ''로 바뀌는 대신 'ㅓ'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하고'가 '허고'로 바뀌는 식이다. 최불암이나 김흥국과 같이 노년층 배우나 서울 태생 중년 연예인이 이런 발음을 많이 구사한다.)


표준어로 옮기면 이렇다.

1) 나는 설거지를 할 테니까 너는 청소하고 있어.

2) 이쪽으로는 죄다 우리 아버지 때부터 쭉 부친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부치고 있지.

3) 누구야? 아, oo이야? 아이고, 웬일로 어? 오늘 학교 가는 날 아니야?

4) 저 위에 큰 바위 하나 있지? 저게 옛날에 산에서 굴러내려와서 박힌 거야. 크고 무거워서 옮기려 해도 할 수가 없어.

5) oo야, 집 옆에 가서 머위 좀 베어 와라. 이따 저녁에 삶아 무치게.

6) 이 사람이 우리 사위 될 사람이야. 여기에 일하러 왔다가 우리 딸 만나서 결혼하겠다고 오늘 인사하러 왔어.

7) 이거 내가 어릴 때 만들어서 벌써 꽤 오래 썼어. 쓰다 보면 망가지겠지 했는데 괜찮아서 아직까지 써.

8) 담배 세 갑 줘요. 얼마에요?


중부 방언과 표준어의 음운 체계를 비교해 보면 명확한 차이가 보인다. 표준어로는 'ㅗ'가 들어가야 할 곳에 'ㅜ'가 들어간다거나, 'ㅏ'가 들어가야 할 곳에 'ㅐ'가 들어가는 식이다(이 경우 명사에서의 실현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를 핵교로 부른다든지와 같은 용례 말이다. 사실상 거의 생존해 있지 않은 1910-20년대생 노인 정도나 쓸 정도랄까?). 위의 문장에 보이듯 'ㅟ'에서 'ㅣ'가 탈락하고 'ㅜ'만 남는 경우도 있다(이 경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소실되고 있다.). 특히 8번 예시의 경우 어미 '요'가 '유'로 실현되는 건 주로 충청도 사투리의 특성인 것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경기-영서 지역에서도 '요'를 '유'로 쓴다. 다만 억양(어조)에 차이가 있다.

억양 얘기가 나왔으니 해야겠다. 경기-영서 중부 방언의 경우 계속해서 어조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다시 말하면 상승 어조인 것이다. 충청남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중부 방언의 경우 말이 꽤나 늘어지고 또 어조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중부 방언을 제대로 구사하는 화자와 이야기를 할 경우 이 사람이 '감정적으로 격해 있나?' 하는 오해를 한다. 이는 흔히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는 화자가 타지 사람과 대화할 때 화 났냐는 오해를 사는 것과 유사하다. 억양의 고저도 뚜렷한데다 말투가 계속 상승하는 식이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서울말'이라 부르는 과거 8-90년대의 말을 들어 보면 위와 같은 중부 방언의 특성이 거의 없다. 꽤나 자주 'ㅗ'가 'ㅜ'로 실현되는 경우는 보인다. '하고요'를 '하구요'로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비슷한 점은 없고, 그나마 끝말을 올리는 점이 비슷하지만 중부 방언은 시종일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반면 과거의 서울말은 약간 오르내리는 정도지 기본적으로는 평조를 유지하다 어절의 끝에서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부분이 있을 뿐이므로 중부 방언의 어조와는 일치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깍쟁이'란 이미지가 바로 당시 서울말을 쓰는 사람들의 말투 때문에 더욱 부각됐는데, 중부 방언을 구사하는 사람들에겐 깍쟁이는커녕 오히려 시골 사람 느낌이 난다. 그만큼 다르다는 건데, 이건 들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어서 글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른바 '서울 사투리'로 불리는 8-90년대 말투는 워낙 영상으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들으면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중부 방언이 어떤 식인지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 접속하여 LG 헬로비전(헬로! 강원 - LG HelloVision) 또는 KBS 강원에서 만든 강원 영서 지역 관련 영상을 틀고 해당 지역 노인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으면 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흔히 사람들이 '서울말' 또는 '서울 사투리'라 하는 말씨는 실제로는 서울 방언과는 괴리가 있음 알 수 있다. 실제로 중부 방언을 구사하는 지역, 그것도 이를 잘 간직하고 있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다. 서울 방언은 중부 방언의 하위 분류이므로 중부 방언의 고유한 특성을 지님과 함께 분명 '수도'란 지역적 특성상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녔을 것이나, 6.25 전쟁 이후 수많은 실향민과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모이게 되며 전통적인 서울 방언은 점차 사라지고 수많은 말투가 섞여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말투가 되어버렸다. 거기에 강력한 표준어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더욱 위축되었는데, 표준어의 정의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란 점에서 벌써 서울 방언과 서울말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현대 서울말, 즉 표준어는 만들어진 말이다. 이는 비록 현대 서울말이 서울 방언의 특성을 지녔다 한들 필연적으로 서울 방언과는 구분된다는 의미며, 방언은 전통성을 지니므로 현대에 형성된 말과는 다르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이와 같다. 사람들이 흔히 '서울 사투리'라 오해하는 말투는 다름아닌 '현대 서울말', 즉 표준어의 발화(發話) 방식이 시기를 거듭하며 변화한 것이란 점이 그것이다. 더욱이 민중이 구사하던 말과 지배 계급이 구사하던 말에는 차이가 있었을 것인데, 아무래도 표준어란 언어 방식의 특성상 민중의 발화 방식보단 지배 계급의 발화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졌을 것이므로 이를 갖다가 '사투리'로 단언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사투리란 기본적으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며, 몇 세대를 거쳐 장기간 축적된 말투이므로 지역 내에서는 보편성을 지니는데, 1900년대 중후반에 서울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절대 다수가 이주해 온 경우이므로 그들이 서울 방언이 뭔지, 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았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표준어'인 것이다. 방언과는 달리 표준어는 어느 국가에서건 '선택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이주자들은 '서울'이란 곳에 융화되기 위해 기존 지역색을 버렸고, 그 일환으로 '표준어'라는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철저히 만들어진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표준어의 발화 방식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나름의 시대별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이라 해야 타당하다. 1970년대와 90년대 아나운서들이 사용하던 말투가 다르고, 2010년대 이후 아나운서의 말투가 그때와는 또 다른 것을 고려하면, 이는 서울 사투리의 변화가 아니라 표준어 발화 방식의 변천 과정으로 설명해야 말이 된다.


*표준어와 비표준어(사투리)의 관계는 영국의 표준 발음인 '용인 발음', 즉 RP(Received Pronunciation)로도 설명할 수 있다. 영국 상류 계층이 쓰는, 흔히 배우들이 사용하는 영어 발음과 노동자 계층이 구사하는 발음은 상당히 다르며, 흔히 코크니 악센트라 하는 영국 영어의 하위 분류의 경우 t 발음을 매우 명확하게 내는 RP와는 달리 t 발음을 먹는다. better를 '베터'라고 하지 않고 '베-어(이때 베어는 bear의 베어가 아니며 중간에 있어야 할 t 소리를 목구멍으로 삼는 느낌으로 '어' 하는 소리다.)'. 단지 억양뿐만이 아니라 어휘에도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면, 표준어는 철저히 가공된 언어 체계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심지어는 '호주 영어'라 하는 것도 호주 뉴스에서 사용되는 호주 표준 영어와는 판이함을 알 수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JbpAcWjIt9o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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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에 대한 회상이 는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꽤나 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모두가 원래부터 서울에 터를 잡았던 것은 아닌 만큼, 의도적으로 형성된 '표준어' 억양과 자연적으로 형성된 '방언' 억양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서울에 거주하는 어떤 사람의 말이 현대 서울말(표준어)인지 서울 방언인지를 알려면 '서울(또는 경기도) 지역에 조상 대대로 거주해 온 노인'의 말투를 찾아 들으면 된다. 그들의 말투는 높은 확률로 서울 방언일 테지만, 그 말투가 아니라면 절대 다수가 쓰는 서울말(사실상 표준어)'일 것이다.

본래 방언이란 지역성이 유지되어야 의미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이촌향도하여 경기-서울 지역의 구성원이 된 지금, 경기-서울 지역의 본래 언어적 특색을 파악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를 알려면 어느 정도는 뭐가 뭔지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난 출생-거주지란 환경적 특성상 이런 점에 민감한 것이지, 그렇지 않거나 아예 이런 문제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리가 없을 거 본다. 그게 지역색이 무의미해진 요즘 시대의 현실일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서울 방언과 서울말은 다르고, 현대인이 둘을 오해하는 건 두 언어 체계와 그 특성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재차 강조하며 글은 여기서 마치는 걸로.



참고하면 좋은 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RjIi8f9nKuE


2) https://www.youtube.com/watch?v=RZYDNfaQK-I

▲일설에 의하면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고향이 옛 경기도 양주군이라 하는데, 현 서울시 노원구 지역에 속한 지역이다. 그가 구사하는 말씨가 딱 서울-경기 지역의 방언 투다. 흔히 세련되다거나 현대적이라 하는 느낌보단 뭔가 '지역적'인 느낌이 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일 채널에 출연했던 나경원 전 의원은 전형적인 현대 '표준어' 구사자고, 또한 동일 채널에 출연했던 당시 윤석열 후보(현 대통령)의 말투는 충청도 지역의 중부 방언의 특성을 보인다.


3) https://www.youtube.com/watch?v=HaCyKKxc5mM&t=501s

▲원주 지역과 관련된 영상. 중간에 가수 김종서 씨가 원주문화원장 및 지역의 몇몇 노인과 얘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들의 말투가 영서 지방의 중부 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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