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가 마스크를 쓰라며 승객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의 흉포함에, 개인의 존엄과 인격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마스크!!!! 마스크!!!!!"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고성이 울려퍼졌다.
기사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막 타려는, 본 적 한 번 없는 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단 이유로 소리를 질렀다.
이를 들은 승객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깜빡하고 안 썼어요."
그렇게 그는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러나 기사는 화풀이하듯 얼마간 더 폭언을 내뱉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운행을 재개했다. 버스는 곧 조용해졌다.
마치 본인이 절대자인 양 내지른 기사의 호통에 승객은 '신 앞에 선 단독자'이자 '죄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간의 존엄이, 개인의 인격이 마스크 한 장에 너무나 쉽게 흔들리고 짓밟혔다.
그 누구에게도 타인의 행위를 두고 폭언을 내뱉을 자격이 없음에도 기사는 개의치 않고 본인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고함을 질렀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혼내는 수준도, 상사가 부하 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부모도 상사도 감히 그럴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전자는 학대로, 후자는 괴롭힘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기사는 마치 봉건 시대의 수령이나 왕이 강상죄나 역모죄를 범한 중죄인을 꾸짖는 수준으로 승객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은 법이 아니다. 엄연히 행정명령이다. 그러므로 이를 어긴다고 죄를 짓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 기사는, 승객이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중죄를 저지른 것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승객은 무슨 잘못을 한 것이 아님에도 한없이 작아져야만 했다.
난 이 상황이 합리적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스크가 곧 옳고 그름의 척도가 된 세상, 그리하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마음껏 비난하고 지탄하며 감히 본인이 심판자인 것처럼 대하는 세상, 마스크가 인간의 자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세상, 난 이런 세상이 정상이라는 시각을 받아들일 마음이 추호도 없다. 이런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뭔가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건 아니다.
그 상황을 목도하며 내 일이 아니었음에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분노가 치밀었고 내 존엄이 짓밟힌 것처럼 너무나 불쾌했다. 만약 그 승객의 가족이 이 상황을 두 눈으로 봤다면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승객에 대한 기사의 처사가 지극히 합당하다며 같이 그를 비난했을까? 절대 아니었을 거다. 어딜 감히 그 따위로 말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그만큼 그 버스 기사의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가장 책임이 있는 건, 그 버스 기사가 그렇게 고성을 지르며 타인을 하대하도록 한 이 상황을 만들어 놓은 주체, 즉 정부(방역 당국)와 잘난 전문가 집단이다.
그렇지만 그들과는 별개로, 그들이 정해놓은 지침을 아무 문제 의식 없이 따르는 이들에게도, '모두를 위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외쳤던 과거의 내게도 책임이 있다. 다수의 침묵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바이러스 유행을 두고, 개인의 존엄이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어떤 상황에도 개인의 존엄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당신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가치는,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그 무엇보다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라고.
난 오늘 권위를 힘입은 인간이 얼마나 포악하고 무자비해지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짐승의 모습이었다.
최종수정 : 06.25.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