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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Aug 19. 2022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 위원장의 발표를 접하고

박멸은 불가능하다면서, 왜 통제는 필요하다 말하는 것인가?

정기석 "코로나19 박멸은 불가능...고위험군 집중관리 중요" (YTN 김잔디 기자 작성, 2022.08.19.)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의 박멸은 불가능하고 계절독감처럼 1년 내내 오는 감염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석 위원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명률이 낮아지면 고마운 것이라며 좀 높더라도 조금 더 센 계절독감 또는 1년 내내 오는 감염병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며, 더 이상 코로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사회처럼 우리도 앞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확진자 숫자가 10만 명을 넘나들고 돌아가신 분도 많아 그렇게 다 따라갈 수는 없다며 그동안 해왔던 (방역)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위원장은 또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확진자 숫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어느 정도 비율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자 숫자가 21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게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자를 유지하면서, 그다음에는 역시 고위험군 시설 대상으로 특별관리, 표적화된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절대 박멸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기사 제목만 보면 상당히 전향적이나, 정작 내용은 기존 방침을 되이는 수준이었다.


확진자 숫자가 증가하면 당연히 그 비율만큼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염 및 이에 따른 사망에만 초점을 맞추면 통제는 계속되고, 통제가 계속되는 만큼 유행 또한 장기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 회복이 될 리가 없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환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만 그럴듯할 뿐 본질적으로는 통제를 계속함으로써 유행이 지속되게 두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모든 통제 조치를 해제하고 방역을 중단하고 본질적인 의미의 '위드 코로나' 체제로 돌입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의료 체계를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집중하지 않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한다. 그럼 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분류되던 것에서 예전처럼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단순 감기 환자로 나뉠 것이다. 감기 환자와 독감 환자가 거의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코로나 유행 이후 그 어떤 사람도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외에는 다른 질환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기석 위원장의 말에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 한국의 방역이 오히려 한국인이 아직까지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그리고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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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와 미주를 포함한 각 지역의 경우 '통제'에는 실패했고, 이로 인해 확산 또한 가속화됐다. 아비규환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다 보니 자연감염자가 절대 다수를 점했고, 궁극적으로는 확산세가 안정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그러니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강제 조치도 철폐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를 통해 확산세를 저지하려 했다.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강하게 통제하다 보니 이를 완화하려 하면 곧바로 확산세가 강해졌고, 이에 강한 피로감을 느낀 나머지 (정책 시행의 관점에 의하면) '일탈자'가 생겼다. 물론 이마저도 방역을 굳건히 옹호하는 사람들의 투철한 정신 덕에 금방 저지됐지만, '조금만 참으면 종식될 것'이란 희망은 현실과 점점 멀어졌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건 SARS-CoV-2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인간의 힘으로 끝장낼 수 있는 차원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통제에 실패한 서구 사회에서는 역사상 가장 잔악한 행위인 대규모 전쟁과 집단학살을 제외하고 그 무엇보다 악독한 방법을 택했다. 그건 바로 봉쇄였다. 국가가 방역을 명목으로 국민을 가둬버린 것이다. 이것도 중대한 문제인데, 이에 버금갈 만큼 심각했던 건 이런 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강도 통제에 실패한 국가는 봉쇄했고, 고강도 통제에 돌입한 국가는 봉쇄를 택하지 않았다. 가지가지 했던 셈이다(예외는 중국과 북한이었지만 두 나라는 권위-전체주의 국가라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서방 사회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혔으며, 대유행 사태가 종식됐나?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지 않았'다.


만약 한국이 초기에 바이러스 대응을 이성적으로 대처했다면 무려 만 3년간 방역이 지속되지는 않았을 거란 가정을 해 본다. 그러나 가정일 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모든 한국인이 순전히 공포에 몸을 맡겼고, 마스크가 의무 사항이 아니었을 때조차 너도나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 결과, 다른 목소리는 전혀 용납되지 않았고, 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는 (러기 전에마찬가지였지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지탄과 비난을 받았다. 단지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게 아니라 '감염 차단'을 목표로 착용했기에 더욱 그랬다. 생각해 보면 감염 차단이란 불가능했다. 지금은 절대 다수가 한 지역에만 머무르는 농경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


'결론적으로'란 말은 결과주의적 관점에 의거한 것이라 씁쓸하지만, 결론적으로 스웨덴이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채택했던 바이러스와의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한 대응은 지극히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왜냐, 바이러스는 한 번 퍼 이상 결코 그 확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1세기는 세계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매개를 통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는 검역 수준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며, 검역을 실패할 경우 방역은 무의미하다. 방역은 한자로 막을 防에 (전)염병 疫 자다. 감염병의 유일한 유발체가 바이러스인 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순간 방역은 끝이다.


심지어 일본에서 확산 초기에 PCR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난했던 것도 돌이켜 보면 이성적이기는커녕 매우 감정적 대응이었다. 일본에 특히 민감히 반응하는 한국의 특성도 이에 한몫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해도 무증상자거나 경증 수준으로 지나간 사람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하게 검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적극적으로 은폐하지만 않는 이상, 필요한 이에게만 검사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어야 했고, 주의해야 할 이는 감염되었을 경우 합병증으로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고위험군(질환 보유자 및 노령층)이었다. 당연히 집중 관리 대상도 그들이면 족했을 뿐, 전 국민이 관리 대상을 넘어 통제 대상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감염의 확산과 함께 국가의 역할론이 강하게 대두되는 과정에서 관리가 아닌 통제를 국가의 역할이라 주장한 절대 다수와 이에 화답한 방역 당국의 관련 조치로 인해 한국은 통제 일변도로 흘렀고, 아직도 대만 및 일본 정도와 더불어 마스크 없이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로 남아 있다. 근데 이게 K방역의 업적이란다. 단순히 적은 수치의 사망자만 갖다가 한 나라의 방역이 훌륭하다 평가하는 거라면, 이를 위해 들인 비용과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모두가 겪어야만 했던 그 고통은 방역 성공이란 찬사를 받음으로써 국가 브랜드가 제고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전락하는가?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호소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꺼림직하다면 스스로 조심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이건 개인 차원에서 할 일이지 국가가 나서서 전 국민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이러면 너와 내가 나뉘고 우리와 그들이 나뉘어 서로 비난하고 욕하며 불신하는 사회가 될 뿐이다. 실제로 한국은 그렇게 되었고, 방역에 찬동하는 다수와 이에 반대하는 소수로 나뉘었으며, 그마저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감염자'와 '미감염자'로 나뉘어 미감염자는 감염자를 비난했고, 아는 사람이 걸리면 그냥저냥 넘어가도 모르는 사람이 걸리면 어마어마하게 욕을 했다. 이런 민낯은 왜 외면하고 K방역은 성공했다 떠들고 다니나? 성공한 방역이라 2200만 명이 공식 감염자로 집계된 거라면, 난 이딴 방역 성공한 방역이라 인정할 생각 없다.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다는 정기석 위원장의 현실 인식은 합당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지난 2-3년간 바이러스 박멸을 목표로 방역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이를 위해 방역을 진행했다(확산세 차단 및 감염자 색출이 곧 바이러스 박멸과 연결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식과 상황에 상응하는 전향적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제 와서 맞는 말을 한다 한들 기껏해야 반쪽짜리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정기석 위원장의 발표가 현 상황이 나아지도록 하는 데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다 평가하며, 한편으로 정부 당국과 전문가라는 이들의 인식이 감염 자체를 죄악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재확인했을 따름이다.


글을 쓰기 전, 질병관리청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질병관리청 직원과 콜센터 직원은 다르다. 정책 결정권이 없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비난과 욕설 섞인 전화를 걸었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마음이 다 아팠다. 그리하여 차분한 목소리로, 죄송하단 말을 연발하며 건의했다.

지금 질병관리청에서 하는 건 질병 관리가 아니라 질병 통제이자 이를 명목으로 한 국민 통제고,

방역을 지속함에 따른 이익보다 방역을 중단함에 따른 이익이 훨씬 큰 상황이며,

서양 각국은 마스크 없이도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그렇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니, 방역을 지속함으로써 더 이상 유행 상황이 길어지게 하지 말고 조속히 방역을 중단할 것을 전해 달라.

는 내용으로.


난 한국 사회가, 그리고 한국인이 부디 마스크 한 장 있고 없고로 타자의 인간성을 판단하지 않기를, 또한 철저히 개인의 필요에 따라 사고하고 판단하여 행위하기를 바란다. K방역의 성과를 주장하는 이들은 곧 K방역의 주체인 정부당국과 국민을 찬양하는 것이나, 이에는 국가가 국민을 함부로 통제한 것과, 타인을 비난하고 차별하며 모욕했던 모든 비인간적 처사마저 '불가피성'을 이유로 긍정하는 아주 잔인한 인식이 담겨 있다.


이런 인간의 악함마저 성공한 방역의 한 축이라 말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그런 당신들이 감히 인간의 선함을 논하느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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