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애널리틱스 입문서
얼마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교대제 근무 도입과 관련된 노무자문겸 안부연락을 받았다. 질문의 내용은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의 전환에 따른 각 교대제 유형별 특징과 도입시 절차" 정도였다. 간단하게 3조 3교대의 연간 근무일수와 휴일, 유형별 장단점, 도입 절차에 대해서 간단히 구두로 설명하고 마쳐도 되는 주제인데 대화를 하다보니 문득 우연찮게 재무제표를 가지고 이것저것 정리해둔 자료가 생각이 났다.
그 회사는 재무적 관점에서 최근 5년간 재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효율성이 최악을 가르키고 있었고 특히 23년실적을 보면 채용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교대제 개편을 얘기하고 있으니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대화 마지막에 조심스레 현재 재무나 비즈니스가 이러한 상황에 교대제 개편을 검토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그 이유가 단순히 인력부족이라는 현업의 요청에서 출발한 거라면 임원 문턱을 절대 넘을 수 없을거라고 그리고 교대제 개편을 진행하더라도 HR의 역할은 오퍼레이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 해드렸다.
이하에서는 필자가 해당 기업 인사팀장이라고 가정하여 People Anlaytics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할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가보고자 한다.
먼저 기존 정리해두었던 재무적 관점 분석방법을 바탕으로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효율성 그리고 HR Index를 활용하여 내부 추세분석과 ① 동종업계는 임금인상, 복리후생 제도 신설 등 실무적으로 주로 비교하는 회사 카테고리와 ② 최근 교대제 개편을 한 국내 주요 대기업을 타겟으로 삼아 산업과의 비교분석을 실시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기획, 전략 및 생산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각 사업 아이템별 판매 및 실적 현황 데이터를 확인하고 인건비, 재료비, 물류비 등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을 특정하여 현실적으로 조정이나 접근가능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위 과정을 거치다보면 거시적 관점에서의 추세분석과 산업과의 비교가 가능하며 현 추세를 바탕으로 향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증감율을 확보한 후 위 현재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 등의 현 추세에 벗어나지 않는 상황 아래 앞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어느정도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자원 배분(예, 인건비)이 어디까지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다시 위 회사 사례로 돌아와서 실적 개선 여지가 뚜렷히 보이지 않고 모든 지표가 부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아래에서 이 회사는 적어도 올해는 교대제 개편을 검토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3조 3교대에서 4조 3대 또는 4조 2교대로의 전환은 인건비의 엄청난 상승을 가져올 것이며 인건비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등 판관비와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의 상승과 더불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드라마틱한 개선이 있지 않는 이상 높아진 판관비와 제조원가는 당해년도 영업이익을 더 악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재무적 관점에서 과거 실적과 산업과의 비교 그리고 사업 아이템별 현황을 살펴보았으면 왜 우리 실적이 현재와 같은지?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 답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교대제 개편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HR은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던건지?",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매출액, 영업이익과의 관계는 없는것인지?", "연공급(호봉제)하 연봉이 올라갈수록 임금이 상승하는데, 실제로 연령이 오를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게 맞는 것인지?", "현재의 빠른 고령화가 이뤄지는 인력구조가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것인지?", "현재 자원배분이 합리적으로 되어 있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가설을 수립해야 한다.
위 회사 사례로 돌아오면 먼저 인건비의 개념을 정의하고 인건비와 매출액, 영업이익과의 상관관계를 볼 것이며, 회사 평균연령을 살펴본 후 향후 인건비를 예측하고 나아가 회사가 노동에 투입하는 자원의 크기, 즉 노동투입량을 공정별로 살펴볼 것이다.
만일 ① 직접생산공정 또는 핵심공정에 투입된 노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우리 회사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며, ② 그 반대의 경우라면 스탭이나 지원부서에 많은 자원이 배분된바 자원배분의 비 효율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거시적 관점에서의 몇가지 가설을 수립 한 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단계를 거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현업부서와 데이터를 가지고 소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심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로 출발한다면 현업에서 판단하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핵심공정을 구분하여 핵심공정별 임금, 근로시간, 근속년수, 평균연령, 부서재직일수, 기술 및 자격 유무 등을 살펴보고 경쟁력 유무와 유형을 구분한 후 ① 교대제 개편을 통한 인력충원의 의사결정을 내릴지, ② 기술이나 설비 투자를 통한 생산성 강화의 의사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③ 교대제 연속근무형이 아닌 주말 비 가동형이나 야간근무 투입인력을 감소시킬지 등의 현 구조하에서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설검증의 방식은 확증적 자료분석과 탐색적 자료분석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위 내용의 접근 방식은 탐색적 자료분석에 가깝고 재무, 임금 및 근로시간, 인원현황 등의 데이터만으로도 유의미한 가설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 운영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많은 가설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으나 제한적인 정보에서 더 많은 탐색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의 전환에 따른 각 교대제 유형별 특징과 도입시 절차" 라는 간단한 노무자문에서 시작된 질문이 고민할 수 있는 여러 가설과 주요 의사결정의 예시까지 도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데이터 중심의 접근과 HR의 전략적 사고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전화주신 팀장님이 전화를 더 자주 하실것 같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나의 경험과 학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전화를 기다릴 수 있다. 단 근무시간 중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