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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지식보단 지혜가 가치 있는 사회

by 허태훈

나는 개그맨 장동민씨를 매우 좋아한다. 그 사람의 캐릭터, 과거 발언 등을 두고 호불호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난 그 사람을 통해 깨달은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사례가 있는데 과거 장동민씨가 팟캐스트에서 옹달샘 멤버들과 연인간의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설레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이때 유상무씨는 '설레임을 느끼고 싶을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지금의 사람의 소중함을 느낀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장동민씨는 '상대방을 위해 무언갈 준비하고 상대방이 좋아해주는 모습, 즉 받을때의 설레임이 아니라 주는 것이 설레임이다.' 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또 최근 어느 유튜브에 나와서 자기가 화를 내는 캐릭터가 굳어져 담당 PD에게 이런 역할을 하기 싫다라고 말을 하고 귀가하는 길에 늦은 밤 일산가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돈 준다는데 왜 안가?" 라고 하며 스스로 화를 냈었다고 한다. 이때 그 사람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PD가 돈준다는데 왜 화 안내?" 이게 이 사람의 슬럼프 탈출의 계기라고 한다. 장동민씨의 사례를 보고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과거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법시험 합격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변호사 뿐만 아니라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사들은 그 당시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을 보장받았다. 이는 이들이 가진 능력때문만은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이것을 다루는 그들의 '경험'이 곧 가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급격히 높아졌고 특히 ChatGPT를 비롯한 AI 기술의 등장은 검색을 넘어 추론, 분석, 해결방안 제시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노력’이 아니라 ‘질문’만 있으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인사노무관리 영역에서도 과거 소수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노동법, 인사기획, 인사전략 수립 등이 이제는 문제의식과 인사이트 있는 질문만 있다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영역이 되었다. AI는 정확한 법조문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기획안을 작성하며 데이터 기반의 분석 결과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지혜란 무엇일까? 지혜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이라고 한다. 지혜는 지식의 축적과는 다르다. 지혜는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 인간관계의 미묘한 역학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경험을 통해 체득한 실용적 통찰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부당해고와 관련된 법리는 AI가 완벽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고 대상자와 어떤 톤으로 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인간적 배려를 잃지 않을지는 AI가 알려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지혜의 영역이다. 위기 상황에서 상사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법, 팀 내 갈등을 현명하게 중재하는 노하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감각 등 이 모든든 것들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다.


진정한 지혜로움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본 사람.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해온 궤적이 바로 지혜의 증거다. 지혜로운 사람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최선의 해답을 찾아낸다. 그들은 완벽한 솔루션보다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을 제시한다.


내 업무 일상을 돌아보면 이런 변화가 더욱 실감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사노무 컨설팅을 할 때 이론적인 지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들을 매번 마주한다. 경영진이 원하는 것은 노동법 조문의 나열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에 맞는 작더라도 실행 가능한 해결방안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 때로는 완벽한 이론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이유다. 매번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경험과 직관 그리고 상황을 읽는 지혜야말로 앞으로 인사노무 현장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지식의 시대에서 지혜의 시대로. 이 전환점에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삶과 일상 속에서 지혜를 체득하고 나누고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생존의 열쇠는 지혜가 아닐까?


E.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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