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영장

by 내담자 Jay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라는 말로 말머리를 잡는

종일 것이다. 나는 그 말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단어의 조합도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친구네 집에서 잤던 날.

많은 고양이 동생이 있는 친구 집에서 잔 날이었다.

친구는 아침 수업이 없었고 나는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때 고양이와 같이 놀다

친구와 겹치는 오후 수업을 같이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수업이 뭐라고 학점이 뭐라고 참.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그냥 그때의 선명한 행복을 잡을 것

후에 있을 후에 있을 것 같은 후회 때문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친구가 어젯밤 그려준 약도와 (친구네 집에서 학교 가는 법)

아침으로 먹고 가라고 한 빵 비스무리 한 것을 찾기 위해

친구네 방에서 나온 나.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에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햇살 아래 고양이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한층 더 어리둥절해하며 어제 친구가 먹으라고 한 빵 모양을 떠올리며

냉장고를 열었다. 여기 있군.

하고 봉지를 뜯어 입에 가져가려는데

갑자기 푸닥 하더니

고양이 1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나는 너무 놀라버렸다.

고양이랑 집에 같이 있는 것도 처음이고

겪어본 것은 높이에 한계를 가진 강아지와의 동침이 전부인데

식탁 위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라니

머리가 이 상황을 얼른 인지하지 못했다.


과거 친구가 ‘야 이거 봐’ 하며

서재 책장 맨 꼭대기 위에 책처럼 올라가 있는 고양이를 보여줄 때면

야 너무 귀엽다 신기하다 이랬는데

식탁으로 올라온다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것 보세요 여긴 ‘식탁’이라고요.

나는 남의 집 귀한 고양이에게 뭐라 할 수도 없어

처음에는 야아.. 하며 겨우 내려보냈지만

다시 뛰어 올라오고 다시 내려보내고를 반복하다가

별안간

“얌마! 만물의 영장 밥 먹는다! 임마!” 해버렸다.

세상에.

이 글 세상에 내보내도 될까…

쓰면서도 화끈거리는데…


더해보자면 화가 난 만물의 영장은

이 짓거리 더는 못하겠어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라고 파악된 소파로 빵을 가져가

일용할 양식을 마저 먹으려고 하는데

세상에 고양이에게 사각지대는 없었다.

고양이는 사람 목이 닿는 소파 윗부분? 에 올라오더니

더 섬세하게 내가 먹는 빵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제는 헛웃음이 나와서 혼자 낄낄 웃고 있었다.

한심해 죽겠다. 빵하나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만물의 영장이야

하고 끽끽거렸다.

하긴. 비둘기로부터 진지하게 에어컨 실외기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고양이를 상대로 뭘 더 어쩌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니야 이 말을 하고 말려던 게 아니다.


어떤 날 친구가 그렇게 한심하게 살지 말고 전시나 같이하자고 했을 때.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 말이 나오기 전에 또 친구는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그림도 없고..

작업실도 없고…

그냥 내가 작가로 살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진지하게 얘기가 끝나자마자 친구는 듣는 시늉도 안 하고

그럼 너 언제 전시할래?

사십 돼서할래?

그때면 다 갖춰질 것 같으냐고

나보다 잘난 거 하나 없지만, 맨날 서로 내가 더 못났다 내가 더더 못났다 하지만

나는 실은 전시에 있어서 만큼은,

장래에 있어서 만큼은 계속해서 ‘그냥 하는’ 그 친구의 기개를 부러워했다.

이미 그 행동을 기개라고 부를 만큼.


여하튼 나는 그 친구 진단처럼 한심한 내가 싫어 전시를 시작하려 하려는데

작업실 문제가 걸려

“나는 작업실이 없는데”라고 하니

친구는 자기가 근래 들어 화실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화실?”

“어 화실.”

“거기서 뭘 하는데?”

“그냥 내가 미대나 온 거 밝히고 작업실로 써.

그림도 배워 아크릴이랑 유화

내가 유화를 잘 못하잖아”

오 나돈데.

그래서 이런 거 그리고 그래하며

친구는 이미 꽤 되는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아니 화실까지 다니고..


이런다니까 보면 죽고 싶다는 애들이 제일 열심히 살아요 하며

우리는 자조했다.

뭐 죽고 싶다면서 전시해도 될 만큼 그림을 그려놓고

나는 나대로 또 어떻게든 살려고 사람 살 비비며 살려고

영어회화학원을 다닌 적도 있어서


“너 연초에는 영어회화학원도 다녔다며”하며

우리는 서로의 부지런함을 부끄러워하며 자조했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지.


하고싶은 말은 이거였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제일 광범위한 모순을 가진... 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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