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며느리

by 내담자 Jay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피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나는 강하기 때문. 아니 그게 아니라 비쌌기 때문이다.

또 나는 언제나 귀 안에 땀이 날 때까지 공을 차거나,

머리 위로 공을 던져 점수를 내는 활동만을 사랑해 왔기에

내겐 그것이 운동이지 나머지는 전부 노동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도 만만한 게 헬스였다. 싸기 때문에. 비용은 언제나 강력한 이유다.


그렇게 다시 찾은 헬스장. 이유는 하나, 러닝 때문이었다.

내천이 가까웠던 복에 겨웠던 집에서 빌딩 밖에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나는 우울증이 더 강건해진 것을 느꼈다.

풀과 물비린내를 잃은 내 슬픔은 점점 배를 불렸고

나는 시름시름 앓아갔다. 그러다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그와 유사한 장소(내천)는 제공 못해도 유사한 활동(걷기나 뛰기)은

가능케 하는 헬스장을 등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달렸고 웨이트를 싫어한 건 아니기에

머신운동도 하나 둘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보다 정확한 자세를 익히게 위해 유튜브에 들어가

근육채널을 보는 게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피티를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살살 피어올랐다.

그 비용이 대략 얼마인지 여전히 알고 있음에도…

하필 내가 가장 가난할 때 든 생각이었다.


어떤 날, 나는 슬며시 언니에게 “언니 피티 많이 비싼가?”라고 운을 띄웠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가 아니라 “너 피티하고 싶냐?”는 되물음이었다.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끼고 흥분하며 “그렇다!”라고 하고 마저 대답을 기다렸다.

알고 보니 언니에게 놀고 있는 피티권이 있는 게 아닌가..

이 무슨..! 언니의 남은 피티권을 내가 홀랑 쓴 다는 게 불편했는데

언니는 이미 운동하던 흐름이 끊겨서 헤어진 연인이 주고난

선물처럼 피티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부짝에 놓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그 애물단지가 바로 드릉드릉 속도를 내려는 내 손에 딱 떨어지게 된 것이다.


우당탕탕 피티 양도가 끝나고 여하튼 내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피티를 하는데

부상이 많던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 필히 경력이 많은 선생님을

배정해 달라고 몇 번을 말했다. 얼굴 보고 말하고 전화로도 말하고 문자로도 말했다.


그 당시 내게 피티란 건,

일과와 활동성, 그리고 사람이 필요했던 내게 삼박자를 다 갖출 수 있는 활동이었다.

거의 치료 수준의 성격, (그리고 치료 수준의 비용)

다만 사람을 피하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이 걸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아니 효과가

크게 좌우될 것을 알기에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렵게 배정을 받았고 경력 빵빵한 사람을 원했건만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그래도 이 시설에서는 제일 고참이란다. 하!

심드렁하게 이제 남이 세주는 숫자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게 처음 피티의 시작이었다.


트레이너는 피티의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그전에는 부상이 많으니 중둔근과 대둔근 코어 위주의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턱걸이하나요’라고 대답했다.

턱걸이 하나. 이건 하나의 위력을 알고 있는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단 하나.. 얼마나 큰 가. 나는 턱걸이 단 하나를 정말 내 이력에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한번 하고 꼬꾸라지고 또 두 번 하고 꼬꾸라짐에도

트레이너는 나를 계속해서 푸시했다. 탈탈 털릴 때까지 하는 것.

그것이 피티였다. 그게 할 때는 너무 싫으면서도

하고 나면 정신이 강제로 재부팅되어 탈의실에서 멍-하게 있다가

땀 식히며 나오길 반복.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나 공중제비 돌아도, 물 위를 걸어도 안 되는 머릿속 생각 멈추기가

격한 운동으로 타-란 하고 재부팅된다는 게 너무 큰 마력이었다.


나는 사실 또래보다 근육 몇 그램 가진 거 가지고 코평수 넓히며 살아와서

진지한 헬스용어나 기능에 무심한 사람이었다. (사실상 무시)

자연히 펌핑이라는 것에도 그게 뭐여, 또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했는데

그래서 간혹 티브이에서 남연예인들이 화보 찍기 전에 푸시업이나 급하게 무언가를

와다닥하면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어떤 의식 같은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떤 날, 이두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이미 이두가 좋다고 자랑을 해놓은 상태였다.

“티칭 얼마나 했어요?”

“3-4년이요” (이때 이놈의 경력을 처음 안 것이다)

“3,4년…… 앞으로 3,4년 더 해도 이런 근육은 못 볼 거예요.

아니면 여기 있는 피티선생한테 다 한 번씩 만져보라고 해봐 이런 근육 봤냐고”

하고 서로 껄껄 낄낄거리며 본격 이두박근 운동시작을 하는데

피티선생이 “와 펌핑되니까 진짜 장난 아니긴 하네요”라고 했다.

나는 그제야 응? 펌핑? 하고 내 팔뚝을 내려봤는데

사랑니 빼고 부은 것처럼 뭐가 올라와 있었다.

오옷-! 이게 무어얏!!!

그 후에는 뻔하다 나는 그간 몇 그램 더 가진 근육 가지고도 자랑하며 살았는데

사랑니발치한 거 마냥 근육이 치즈 넣은 도우 마냥 뽕실하게 올라오는 경험을 하자

그 후 내 운동 루틴의 마지막은 항상 거울을 보고 으르렁 거리는 것이 되었다.


그날도 어금니를 부딪히며 팔을 구부려 단전까지 뻗어

길쭉한 타원형을 만들다가 트레이너에게

“아 맞아 이거 뭐 이름이 있던 거더만? 모스큘라?”라고 하니

트레이너는 “모스큘라.” 하더니 거울을 보더니

자신도 “으-”하며 팔로 동그랗게 타원형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모스큘라 따위 몰랐다. 이 포즈는 예전, 지금은 없어진 개그프로그램에서

한 남코미디언이 노역분장을 하고 어후 둘째 며느리 아후 둘째 며느리!!!! 하며

분노할 때나 하던 모션이었는데 이거 엄연히 이름이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한테는 그저 둘째 며느리였는데..


트레이너는 엄연히 이름이 있는 그 모스큘라라고 부르는 것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옆에서 같이 따라 하자 “승모를 더 빼야 해요”라며 최대한 자신의

승모를 올려 보였다. 턱도 왜 따라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턱도 치켜세운 채

“승모 올라오는 게 어려운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 그게.. 그게 당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전국의 수많은 예비신부들이 승모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붓는데…!

어린 트레이너의 빽빽한 머리숱은 속상한 예비신부들이 한 올 싹만 잡고

뽑아도 금세 대머리가 될 판일 텐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분통과 함께 나는 웃음도 터져버려 “우하하하학” 웃어버렸다.


실은 너무나 진지하게 승모가 솟길 염원하고 있는 트레이너를 보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방금 전까지 삼각근 운동하다 울려고 한 나는 어디 가고 없었다.

덤벨을 쥐고 울먹거리는 나를 보더니 트레이너는 나보고 우울증 있냐고 그랬다…

진짜 우울증이 있어서 할 말이 없었다…

팔뚝을 걷어붙이고 읏샤읏샤했더니 트레이너에게 제모했냐는 질문공격에도

안 했다며 점잖게 마저 개수를 채운 나도 어디 가고 없었다.

그래, 가끔은 좀 나 자신 없어져야지 자아에서 무아로도 좀 가야지. 그래야지


후에 나는 아이스 브레이킹 용으로 유튜브 뭐 보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000(유명한 운동유튜버) 봐요?”라고 물으니

“아뇨 선수껄 보죠 저는”이라는 말에서 자신은 트레이너이자 프라이드가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아 귀엽게 봤는데 나는 트레이너도 아니면서 프라이드도 필요 없으면서

단 2주 만에 000선 수아냐 몸 장난 아니던데 어쩌고저쩌고 하고 있게 되었다.

금세 이식이 돼버린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내 운동영역에 이제 쇠질도 전입

신고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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