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더 바쁜 일상
요즘 퇴사하고,
나는 이상하리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퇴사하면 한가롭게 쉴 거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나 자신을 가만두지 못했다.
퇴사했으니
아들들이 아직 방학 전인 요즘,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챙긴다.
13년, 10년 동안
제대로 해주지 못한 시간이 마음에 걸려서다.
예비 중학생이 된 큰아들은
동생과 방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자는 공간과 공부방을 나누기 위해
아이들 등교를 보내고 나면
쉬지 않고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청소를 하고 또 청소를 했다.
어느새 내 몸은
어디서 다쳤는지도 모를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나 역시
어릴 적 내 방을 갖고 싶었던 아이였고,
그래서 더더욱
그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퇴사 전에는
주말이면 대충 외식으로 때우던 간식도
요즘은 직접 만들어준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들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 같아서다.
퇴사했지만,
12월은 오히려 숨 돌릴 틈 없이 흘러갔다.
냉장고 대청소,
베란다 청소,
현관 청소,
아이들 방 분리를 위한 대청소,
침실 침대 교체와 거실 정리까지.
하루에 몇 시간을 청소만 했는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때 남편이 한마디 했다.
“또 자기 자신 못살게 구네.
몸 좀 쉬면서 해.
아픈 사람이 왜 더 바빠져.”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매일 밤 끙끙 앓고 있었다는 걸.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피가 난 자리도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조차 몰랐다.
입버릇처럼
“아고, 죽겠네…”
라는 말을 하고 있던 나에게
아들이 말했다.
“엄마, 죽으면 안 돼.”
그 말에
아, 내가 또 무리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잠깐만 쉬자고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저녁 5시였다.
그 사이 체중은 한 달 만에
2킬로그램이나 빠져 있었다.
지금은 1월.
나는 여전히 바쁘다.
예비 중학생이 된 아들 덕분에
내가 배우고 싶은 공부도 많아졌고,
영어 공부도 시작했고
수영도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배정, 교복 주문,
방학 동안 아이들과 먹을 건강한 음식까지.
나는 여전히
느긋하게 놀 줄 모르는 엄마다.
아줌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이 바쁨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무너진 줄도 모르고 지나온 시간을
조금씩 회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