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쓴 소녀
어둠과 빛 사이 어디쯤
내가 자리 한 곳
찬찬히 살펴보아도 통 그쯤이
안식처다.
맑은 두 눈을 들어 비스듬히 보이는
세상사를 보면, 비판의 의식도
사랑의 마음들도 그저 비워져 있다.
그대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니었던
것처럼 방황의 길도 어느덧
나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이고 지며 떳떳이 걸어내고 있다.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인가?
숲 풀 사이를 마구잡이로
가로지르는 느낌이다.
어둠과 빛의 공존하는 길이 아닌,
그 중간쯤 미세하게 나의 길이 보인다.
그곳에 정착하고 싶은 바람은
어린 나의 소망이자,
철부지의 노랫말 일 뿐인가?
이해받을 이유도
그러한 몸부림도 이제는 소용없다.
처절한 이의 한숨이 들려온다.
자유를 찾은 자를 바라보는
이의 한탄이자,
관망자의 한심 함이지.
신이라는 세계와
닿을 수 없는 간절함이
꿈으로 연결되어
삶을 택한 것이 오롯이 나의
결정임을 자각시키고,
마치 빛을 껴안은 어린아이처럼
연약하게 두고 떠난 당신이란 신.
오래전, 그러한 간절함은
어디 가고 이제는 미련만이 남아있는가.
나조차도 모를 미련이란 것이
어느새인가 온 가슴을 장악하고,
빛을 껴안고, 어둠에서 잠들며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미련이란 것이 그저 행위에
그치는 것인지, 목적을 지닌 채
이곳에 주어진 사명일 뿐인지,
뜻 모를 영감들이 밉다.
나로서 존재하는 삶.
더는 어둠과 빛을 분리해
보지 않는 경지.
더럽혀 지고 싶지 않은 순수함,
혼란하고 싶지 않은 자의
처절한 몸부림.
순수함을 가지고 빛을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어둠 속에
파묻혀 잠드는 시간.
어떠한 갈망도 욕심도
텅 빈 공간으로 던져 버리고
우주의 터널을 지나
광명의 세상으로
나 역시 던져버린다.
세상을 이토록 사랑했던
이가 걷고자 했던 길.
어둠과 빛은 하나였음을
자각한 그.
어둠과 빛의 중간쯤 머무름의
고통을 힘 없이 놓아버리고 싶지만
영혼은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