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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ramram Jan 22. 2022

우리 결혼할까?

지난날의 흔적들을 숨긴 채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벌써 연애한지도 2년이 넘은 기간이지만, 여전히 아주 바람직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있는 와중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결혼할까?” 

 “잉? 갑자기 왜? 결혼 생각 없다며?” 파스타를 먹고 있던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리 아랑곳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만약에 결혼한다면 너랑 하고 싶어서” 

 “언제?” 

 “내년 5월에” 

 “8개월 뒤네? 그래... 뭐... 근데 나 아직 26살인데? 너무 어리지 않나?” 예상보다 긍정적인 그녀의 답변에 나는 이때부터 조금씩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대학 수업에서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계절학기 수업이었는데 수업 첫날 내 옆자리에 앉은 이후 나는 그렇게 1년간 그 사람에게 매달렸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사람이 남자 친구와 헤어질 때까지 기다린 지독한 남자가 되어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섬뜩한 스토커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내면을 봐야 한다고 꾸준한 학습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모에 끌리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첫 이유에 있어서 나는 그녀의 외모에 제일 먼저 현혹될 수밖에 없었고, 그다음이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 행동과 말투였다. 여성스럽고 살짝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여성이었다. 그동안 이상형이 무엇인지 모르며 살아오긴 했지만. 

 우리 둘은 내 예상보다 성격이 더 맞았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일반적인 남들 커플들과 비교해 조금 특별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를 바라는 우리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서로 헤어진 적도 없고 싸운 적도 없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잔잔한 파도가 나중에 큰 파도를 일으킨다고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얘기해주긴 했지만, 남들의 하찮은 연애 조언 따위는 귀에 담지 않았다.

 “그래? 그럼 언제가 적당한 것 같아?” 내가 그녀의 결혼관에 대해 조금씩 파고들었다. 

 “그래도 28살이나 29살 정도 돼야 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네. 그나저나 우리 결혼 얘기는 처음이다. 그렇지?”

 “그런 것 같네. 우리 둘 다 결혼 생각은 없다고 했었잖아”

 “맞아. 근데 나도 만약에 결혼한다면 오빠랑 할 거야. 오빠랑 안 하면 평생 안 하고”

 “나 뭐 믿고 결혼하려 그래. 너 그러다 평생 고생한다” 내 진심이기도 했다. 

 “나도 느낌이란 게 있지”

 그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어쩌면 내가 결혼할 수도 있는 대상의 결혼관을 직접 듣게 되니 기분은 복잡하고 오묘했다.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은 시작과 과정과 끝이 모두 부정적인 말뿐들이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연애를 한다고 생각해도, 결국 그 결말은 내가 알 수 없는 결말이었다. 내가 결혼에 대해서 들어온 연관 단어들은 ‘지옥’, ‘바람’, ‘감옥’, ‘감시’, ‘통제’ 등 자유와 행복과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만 수두룩했고, 이 모든 사실들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겁만 잔뜩 들어있는 하나의 인간에 불과했다. 

 그래도 내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결혼에 대한 엄마의 한 마디가 내 결혼관의 뿌리가 된 좋은 교육이 되었고, 그 부분은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고집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결혼’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아. 너희 세대에서의 결혼은 네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되어야 한단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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