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우리를 찾아와줘서 나도 정말 고마웠어

ep05. 어쩌면 해피엔딩 리뷰

by 리수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근무시간은 늘고,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것 역시 늘어나고,

더워서 체력은 떨어지고.

그렇지만 해야할것은 또 많고.


글을 쓰는것도 습관인데,

어떤것을 진득하게 꾸준히 하기에는

요즘의 하루가 참 벅찬듯 싶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것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품에 마음이 끌렸나봅니다.


이번 리뷰는 대학로의 소극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입니다.


첫 리뷰였던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다소 불친절했고,

'시카고'는 매력적이지만 자극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 작품은 보다 따뜻합니다.

소소하고, 귀여워요.

몽글몽글하고 때로는 아리기도 하지만,

누구든 좋아할만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따뜻한 온도감과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된 티켓가격을 함께 고려해봤을때,

이 작품 역시 첫 관극으로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 티켓값은 R석 7만7천원, S석 5만5천원 입니다.)


지난 <시카고> 리뷰때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던것 같지만,

이번 작품 역시 특별히 어려운 작품이 아닙니다.


해서 이번 리뷰는 가볍게 작성해보겠습니다.

관객분들께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리뷰 시작 전,
관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본 리뷰는 인터미션 없이
1,2막 통합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다수의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줄거리'와 '작품의 특징' 이후에 나오는
'아쉬운 점' 부분과, ' 관람 포인트' 부분에서는
작품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이 점 유의하여 관람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21세기 후반, 배경은 서울 메트로폴리탄 입니다.

인간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클레어

열심히 주인들을 돕던 시절이 지나,

낡아 쓸모를 잃어버 채로

은퇴한 헬퍼봇들이 모여사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은둔형 헬퍼봇인 올리버는 자신의 옛 주인이 유일한

친구인 제임스를 만나러 제주도로 가기위해 돈을 모으고,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보러 제주도에 가고싶어합니다.


두 헬퍼봇은

그렇게 각자의 희망을 안고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여정속에서 그들은 어떤 것을 발견하고,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요?




작품의 특징 1. 사랑스러운 헬퍼봇들


최근 뮤지컬 업계에는

자극적인 작품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살인을 한 여성죄수가 주인공인 <시카고> 를 비롯해서,

생명실험으로 태어난 괴물이 나오는 <프랑켄슈타인>,

성전환 수술에 실패하고 1인치의 성기만 남아버린 <헤드윅> 등등.


자극적인 작품들이 나쁜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수많은 강렬한 작품들 사이에서 이 작품은

누구나 편안히 볼 수 있는 따뜻한 온도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헬퍼봇인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스럽습니다.

상처가 많아 살짝 까칠한 클레어와, 자기 자신의 세계에서 나가지 않고 사는 올리버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헬퍼봇들은 인간들처럼 좋아하는것도 다르고 취향도 다릅니다.

좋아하는것을 열렬히 설명하고, 열심히 화분을 키우고 식물과 대화하기도 합니다.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도와주는

귀여운 두 헬퍼봇을 보고있노라면,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작품의 특징 2. 괜찮은 넘버



대형 뮤지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을 떠올리면 노래가 함께 떠오를 정도로

대표적인 넘버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킬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부터

<캣츠>의 'Memory' , <렌트>의 'Seasons of love' 같은 넘버들 말이에요.


그에 비해 소극장 뮤지컬들은 그만큼 대표적인 넘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노래 자체가 별로인 경우는 잘 없지만,

보통 넘버들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거든요.

가끔은 배우들이 이 노래들을 어떻게 다 외웠을까 싶을때도 있을정도로요.


그에 반해 이 작품은 꽤 괜찮은 넘버들이 많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지킬앤하이드>나 <렌트>의 넘버들처럼

만인에게 사랑받는 그런 노래들은 아니지만,

소극장 뮤지컬들에서 보기 힘든 꽤 퀄리티 좋은 넘버들이 많이 있었어요.


덕분에 관극을 마치고 집에가는 길에

작품의 한두곡정도를 흥얼거리며 귀가할 수 있었답니다.



저의 기준에서 특히 좋았던 두개의 넘버를 소개해드릴게요.




넘버1 - Goodbye, My room




올리버클레어가 함께 제주도로 향하기위해

자신들의 방을 떠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보면 올리버는 이 방을 완전히 떠날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고,

클레어는 다시 돌아올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죠.


방은 생명이 없는 그저 공간일 뿐인데,

올리버클레어는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 말을 건네듯

방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그동안 고마웠다고.


쓸모를 잃어버린 헬퍼봇들에게 낡은 아파트의 작은 방은

안식처이자 위로가 되어준 공간인것니다.


이 짧은 넘버안에도

버려진 헬퍼봇인 올리버클레어의 외로움과,

사랑스러운 순수함이 동시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넘버 2 - Driving



올리버클레어가 함께 제주도로 향하면서 부르는 넘버입니다.


세계관 속 헬퍼봇의 여행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올리버는 빈 공병을 주우러 갈때를 제외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형 헬퍼봇입니다.

이 여행이 올리버 생에 첫 여행인것이죠.

이 넘버는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과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가득 담고있습니다.


드라마틱하게 배경이 변하는것도 아니고,

진짜 자동차 모양을 한 현실적인 무대소품이 있는것도 아닌데도,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만으로

올리버클레어가 느끼는 첫 여행의 설렘이 충분히 잘 전달되는 넘버입니다.


사실 다른말은 필요없어요.

듣는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그런 넘버이거든요.




작품의 특징

3. 대형 뮤지컬 제작사인 CJ ENM에서 제작.



이 작품은 <킹키부츠>, <광화문연가> 같은 대형 뮤지컬을 제작하는, CJ ENM 흔히 '씨뮤'라 불리는 제작사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그 덕분인지

다른 대학로 작품들보다 대중성 부분과 전체적인 퀄리티 모두를 잘 잡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대학로의 작은 뮤지컬들과 다르게

녹음된 반주를 트는것이 아닌, 작지만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하는 작품입니다.


훨씬 더 풍부한 음향을 즐길 수 있는것이죠.


대극장에 17만원의 티켓값에도

오케스트라 없이 녹음된 음향으로 공연을 진행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생각한다면,

제가 괜히 호들갑을 떠는게 아니라는것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또한 작품 전체적으로 특별히 튀는 부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별다른 의문없이

이야기에 몰입해 작품의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을 잘 갖추고 있는 작품인거죠!



아쉬운 점 1. 특별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



이 작품은 특별히 흠잡을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은 아닙니다.

가격과 퀄리티를 같이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을 찾기는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이 작품의 티켓값은 R석 7만7천원, S석 5만 5천원 입니다.)


그러나 굳이 (리뷰를 위해) 아쉬운 지점을 찾아보자면,

이 작품은 특별하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일겁니다.


만약 참신한 소재와 몰아치는 전개로 무장한,

어디서도 보지못한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원하신다면

이 작품은 그 니즈에 맞는 작품은 아닐것입니다.


맛에 비유하자면

처음 먹어본 맛이 아닌,

어디선가 먹어본 적 있지만 맛있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작품을 보다보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떻게 흘러갈지 한치앞도 예상이 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작품은 아닙니다.


헬퍼봇이라는 소재는 특별하지만,

그외에는 이야기 속에 클리셰가 적당히 섞여 있거든요.


그러니 이 부분을 고려하시고 예매하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아쉬운 점 2. 가벼운 설정상의 오류와 의문들


올리버는 버전5, 클레어는 버전6의 헬퍼봇입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점에서

몇번째 버젼까지의 헬퍼봇이 출시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만, 올리버와 클레어는 더 이상 부품이 나오지 않을정도로 오래된 헬퍼봇입니다.


그러니 더이상 업데이트 같은것은 있을 수 없지요.


그리고 헬퍼봇은 자율적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올리버와 클레어는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일까요?


이 부분은 이야기의 개연성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작품에서는 이에대해

특별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더욱이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여느 인간들이 하는 방식과 다를바 없는 방식으로 연애를 시작합니다.


손잡기나 포옹에 더불어 입맞춤까지도요.


그리고 헬퍼봇들은 로봇이기 때문에,

올리버와 클레어는 모두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통감이 없는것이죠.


사람들이 굳이 입맞춤을 하는 이유는

입술에 통점이 많아 가장 섬세한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 그들의 입맞춤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한번정도 가벼운 입맞춤만 있는게 아닌,

올리버와 클레어가 여러번 입을 맞추고

새로운 감각에 신기해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둘 모두가 로봇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연애는 일반적인 인간들의 연애와는 다른 형태여야 하지 않을까요?


사소할수도 있겠으나,

이런 부분들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관람 포인트


1. 제주도로 가는 여정과 그 여행으로 얻게 되는 것들


올리버클레어는 모두 버려진 헬퍼봇 입니다.


특히 클레어는 여러주인을 거치며, 인간에게 회의감을 느끼죠. 인간은 쉽게 싫증내고, 쉽게 변한다고요.

그에반해 올리버는 주인이 자신을 버린게 아닐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 고맙다, 올리버


올리버의 세상은 전주인인 제임스가 사랑했던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좋아했던 재즈를 듣고, 오래된 LP판을 모으고, 재즈 잡지를 읽으며 살아가죠.


올리버다소 어리석고 미련해보이지만,

그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 어떤것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걸 나 역시 진심으로 좋아하는것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올리버의 사랑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올리버의 주인이었던 제임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죽기 전 올리버를 생각하며 그에게 LP판을 남겼거든요.


극중에서 인간이 아닌 로봇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은 없다고 클레어는 말합니다.

그러나 제임스올리버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겼어요.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은 없고,

사람의 마음은 너무도 쉽게 변해버리지만

그래도 제임스는 죽어가는 상황에도 자신의 헬퍼봇인 올리버를 생각했습니다.


제임스 할아버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올리버제임스 역시 자신을 친구로 생각했다는것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것이 빠르게 변하고

쓸모없는 것들은 너무도 쉽게 버려지는 세상속에서,

올리버와 제임스의 우정은 관객들에게 한조각의 위로가 되어줍니다.



관람포인트


2.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 헬퍼봇들의 사랑



헬퍼봇들은 사람을 위해 있는 존재입니다.

사람을 돕기위해 만들어졌고, 사람을 돕는것을 행복으로 생각하죠.


그들은 어떤면에서 반려견을 생각하게 합니다.

변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인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헬퍼봇인

올리버클레어가 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들에게 서로의 외모나 재산 같은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낡아버린 두 헬퍼봇은

자신들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충전기를 빌려주고,

고장나가는 상대방을 고쳐주며 사랑합니다.


그리고 헬퍼봇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이 완전무결한 사랑과 애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둘의 마음은 정말로 순수하거든요.

성애性愛가 아닌 온전한 순애純愛.


헬퍼봇들을 통해 훔쳐본 사랑은,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형태의 애정과 닮아있는듯 합니다.



관람포인트


3. 마지막 선택




앞서 말씀드렸지만 올리버클레어는 낡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헬퍼봇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자체적으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두 연인은 사랑을 배우면서 동시에 슬픔 역시 배우게 됩니다.


세상의 어떤것에도 영원이라는것은 없으니까요.

낡아버린 헬퍼봇 역시 마찬가지이죠,

둘 모두 작동이 종료되기까지 오래걸리지 않을겁니다.


결국 가슴 아픈 마지막 이미 정해져 있는거죠.


서로를 잃는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가슴아픈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지라도,

소중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게 맞을까요?


올리버클레어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이 작품은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슬프고 아픕니다.


그리고 그것까지가 모두 사랑이죠.


사랑했던 모든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낡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이 작고 사랑스러운 작품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9월 8일까지 공연됩니다.




올리버클레어 그리고 제임스!



24년에 우리를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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